서울지검 평검사 회의,“총장후보 검사들이 추천해야”

  • 입력 2003년 2월 16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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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평검사가 포함된 ‘검찰총장 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총장 후보를 추천하자는 평검사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이들은 또 사안에 따라 특별검사제를 수용하되 법무장관도 특검 발동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지검 24개 부서 평검사 90여명은 15일 오전 10시부터 청사 내 15층 회의실에서 사상 처음 열린 평검사 전체회의에서 10시간에 걸친 난상토론 끝에 이같이 의견을 모았으며, 이를 건의문 형식으로 만들어 17일 유창종(柳昌宗) 서울지검장을 거쳐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에게 전달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주요내용-법무장관 지휘 폐지…특검제 수용▼

회의의 ‘화두(話頭)’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인사 공정성 확보가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평검사가 포함된 총장추천위에서 복수 후보를 총장에게 추천, 이 가운데 대통령이 지명한 총장 후보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토록 하자는 게 평검사들의 주장이다.

또 검찰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정치 공방이 예상되고 국민이 특검제를 요구하는 사안의 경우 특검제를 수용하고 검찰인사위원회를 실질적인 인사심의기구로 운영하는 대신 인사위에 평검사 대표가 반드시 참여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 지휘권 폐지 △검찰 인사 다면평가 도입 △항변권 인정과 사건 결재 과정의 책임소재 파악 등의 방안도 내놓았다.

평검사들은 회의 도중 김밥과 햄버거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20여 소주제에 대해 격론을 벌였으나 대북 비밀지원 사건 등 특정 사안이나 인물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외부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한 가운데 진행됐다.

▼의미-과제:스스로 개혁 천명…法개정 등 난관▼

이번 회의는 평검사들이 검찰 중립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검찰 안팎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검찰총장 추천과 검사장 승진, 검찰 인사 등에 평검사들의 ‘뜻’이 반영되도록 제도화를 요구했고, 청와대 정치권 등의 외압에 대해서는 평검사 회의를 통한 문제제기 등으로 철저히 대처해 나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

평검사들의 이런 의견 표명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시민단체 등 외부의 일방적인 목소리에 따라 검찰 개혁이 좌우되는 듯한 분위기에 대한 불만 표출과 함께 검찰을 배제한 개혁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고, 검찰 독립성을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평검사 회의에서 나온 건의와 결론은 나름대로 참신하고 바람직한 부분도 적지 않지만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다. 총장추천위나 법무장관의 특검 요구권, 항변권 인정 등이 실현되려면 검찰청법 등 관련 법 개정이 먼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스스로의 개혁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 점을 감안해 ‘외부’의 개혁 참여 방안이나 정치적 외풍(外風)의 영향을 받기 쉬운 검찰 부서의 운용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대검은 서울지검 평검사회의 결과를 포함한 전국 검찰청 평검사회의 내용을 취합해 △법이나 예규 개정 없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사안 △장기적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안 △내외부 여론 수렴이 필요한 사안으로 나눠 검토한 뒤 법무부에 건의할 방침이어서 평검사들의 의견이 앞으로 검찰 조직 운영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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