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공기업長공개채용' 말로만?

  • 입력 2003년 2월 11일 2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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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이 명관?’

부산시는 낙하산식 인사로 말썽이 많은 지방공기업의 장(長)을 올해부터 공개채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조직 경영의 효율성과 전문성, 행정의 투명성을 높여 공기업을 개혁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환경시설공단 이사장과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공개모집 과정을 보면 부산시의 행정 편의주의와 독단이 여전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의 공개채용방침이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부산시는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환경시설공단 이사장을 공채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공고를 통해 1월 6일까지 지원자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신청자는 당시 부산시 건설본부장을 맡고 있던 윤종문씨와 환경시설공단 이사장인 K씨, 공무원 출신인 L씨, 그리고 공직 경험이 없는 M씨 등 4명. 늦어도 1월 중순까지 이사장이 결정될 것이라던 시의 방침과는 달리 한달 이상 미루다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15일자로 윤씨를 이사장에 임명한다며 12일 부랴부랴 발표를 했다.

윤씨는 이미 추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권자인 시장의 결심을 받아 일찍 내정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지난달 24일 “후배들을 위한다”며 명예퇴직한 윤씨가 퇴직이전에 이사장을 내락받았고, 시는 임명시기를 저울질하다 뒤늦게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시는 또 지난달 19일자로 임기가 끝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도 공개모집하기로 하고 지난달 8일 공고를 냈다. 원서접수 결과 신청자는 전직 공무원 출신 임주섭씨와 P씨, 그리고 현 이사장인 K씨 등 3명. 그러나 이 자리를 차지하려는 임씨와 K씨의 치열한 경쟁으로 1월말 임용예정이던 시의 계획이 미뤄지다 이날 임씨로 최종 결정됐다.

지난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명예퇴직해 ‘동정론’이 일고 있는 임씨와, 지난해 행정자치부가 실시한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을 내세우며 강력히 연임을 요구한 현 이사장 K씨 사이에서 시가 곤혹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시에서는 임씨를 일찌감치 내정했지만 K씨를 달래 부정적인 여론이 일지 않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 이사장 임용을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시의 공채에 대해 ‘요식행위’라거나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산시는 언제까지 전시성 행정이나 논공행상식 자리주기를 되풀이할 것인가.

조용휘 사회1부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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