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입정시 합격자 등록 경향]최상위권 醫大로만 몰린다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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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발표된 200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합격자 등록률을 분석한 결과 의대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으며, 대학 이름보다는 ‘실리’(학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이공계 기피 현상도 여전했다.

특히 의대 선호 현상은 문과와 이과, 재수생과 재학생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우수 학생들이 서울대로 집중되던 현상이 깨지고, 학과(의대)를 따라 각 대학으로 분산되는 새로운 경향을 보였다.

▽최상위권은 의대로=10일 각 대학의 합격자 등록마감 후 명문대에 등록을 포기한 학생을 중심으로 취재진이 전화 접촉한 결과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385점으로 대구시내 인문계 최고득점자인 고재훈군(대구 대건고)은 서울대 법대와 성균관대 의대에 동시 합격했지만 성균관대를 택했다. 고군은 “판검사가 되는 것보다 의사가 되는 게 내 적성에 더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합격한 성민규군(한성과학고3·19)은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예과 추가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성군은 “지방 캠퍼스라서 고민은 되지만 그래도 의사가 나을 것 같아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KAIST와 중앙대 의예과에 동시 합격한 주형석군(한성과학고3)은 주저하지 않고 중앙대를 택했다. 주군은 “직업의 안정성과 남들을 치료해 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의사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 정시모집 합격자 144명 중 등록을 포기한 2명은 모두 성균관대 의대로 진로를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고 출신자들이 의대를 선택하는 것도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성과학고 3학년 51명 중 10명, 서울과학고의 경우 3학년 45명 중 12명이 각각 의대에 진학했다.

서울 현대고 연구부장 강모 교사(50)는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은 재수를 해서라도 반드시 의대에 가려고 한다”며 “서울시내 의대 지원 가능 점수인 37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의대만 세 군데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서울대의 이번 등록률은 공대 82.9%, 자연대 84.4%, 농업생명과학대 77.9%, 간호대가 77.6%였다. 이는 사상 최저 등록률을 보인 지난해(공대 81.7%, 자연대 81.9%, 약대 63.6%, 간호대 57.6%)와 비슷한 수준으로 자연계열 모집단위는 2년 연속 미등록 사태를 보였다.

자연계열 모집단위의 미등록률은 전체 등록률인 87.1%보다 낮았고, 자연계열 미등록자는 323명으로 서울대 전체 미등록자 395명 중 81.8%를 차지했다.

반면 서울대 의대는 70명 전원이 등록을 해 이공대의 낮은 등록률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고려대 의대는 73명 중 71명이 등록해 97.3%를 기록했고, 경희대 한의예과는 99명 중 86명이 등록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의예과의 경우 각각 58.7%, 48.0%를 기록해 등록률이 낮았지만 등록을 포기한 대부분이 서울대 의대로 간 것으로 파악됐다. 성균관대 의예과 등록을 포기한 13명 중 12명이 서울대 의예과에 등록했다. 연세대의 경우 서울대에 복수 합격한 비율이 41.3%로 높았기 때문에 등록률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대 등록 포기사태=지방대학 합격생들이 대거 등록을 포기해 무더기 미등록사태가 발생했다. 11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3학년도 대입 4년제 대학 합격자 1차 등록을 마감한 결과, 등록률이 50%대를 밑도는 대학들이 속출해 신입생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등록자 중 복수합격된 상당수가 상위권 대학의 추가 합격자 발표 이후 연쇄 이동할 것으로 예상돼 모집정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지방대학들이 속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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