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러브호텔이 철새도 쫓는다

  • 입력 2003년 1월 15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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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도래지인 부산 명지주거단지 인근에 난립하고 있는 러브호텔(1월 7일 A23면 보도)로 인해 주거환경 뿐만 아니라 철새의 서식환경까지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부산 강서구와 부산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천연기념물 179호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 철새도래지 인근의 도로와 명지주거단지 등에 러브호텔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야간의 현란한 네온사인 때문에 인근 낙동강의 철새 수가 감소하고 있다.

명지주거단지 인근 강변도로를 따라 현재 15개의 모텔이 영업중인데 이들 업소에 설치된 네온사인으로 이 일대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들 숙박업소는 대부분 지주간판 등 허가된 간판 외에도 건물 테두리를 따라 전등을 설치하거나 별도의 조명을 밝히고 있어 밤이면 바로 앞 낙동강까지 불빛이 도달할 정도이다.

이에 따라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를 찾은 철새들은 낮시간에는 명지주거단지 남쪽 등에 머무르다 야간이면 조명을 피해 을숙도 하단 맹금머리와 사자도 동쪽 등 다른 곳으로 서식처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광고물 관리법은 지주간판과 건물 측면간판 등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고 있을 뿐 건물을 둘러싸고 밝히는 조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고 있어 업주들이 경쟁적으로 조도가 높은 조명을 건물에 설치하고 있다.

특히 명지주거단지 인근에 숙박업소 16곳이 신축허가를 받고 이중 8곳이 건축 중이어서 야간조명에 따른 철새도래지 환경피해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어서 법적인 규제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성근 자연생태부장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자동차 전조등은 주로 야행성인 철새들의 서식환경을 파괴한다”며 “철새도래지 주변의 고도제한과 조명설치에 대한 법적인 규제를 마련하고 수림대를 조성해 불빛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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