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동의없는 신용카드 무효"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49분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가 신용카드 회사와 맺은 카드 발급 계약은 무효이기 때문에 ‘미성년자에게 발급한 카드사용 금액에 대한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법원은 미성년자와의 카드발급 계약 자체는 무효지만 미성년 회원이 사용한 카드대금(거래원금)은 ‘부당이득’이므로 카드회사측에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미성년 회원의 채무를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로 카드빚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미성년자들이 구제될 길이 열렸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3부(김문석·金紋奭 부장판사)는 27일 고모씨 등 44명이 S신용카드회사 등 7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민법상 만 20세 미만자가 법률행위를 할 때는 원칙적으로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어긴 신용카드 발급계약은 무효”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성년자와의 카드 발급계약이 무효인 만큼 카드사와 해당 미성년자 사이에 원금, 연체이자 및 할부 수수료 등의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카드사는 원고로부터 이미 받은 연체이자와 할부 수수료 등은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성년 회원들의 카드 사용대금은 이들이 카드사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이라며 “카드사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통해 미납대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카드회사들이 대신 지급한 원금은 미성년 회원들이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씨 등 44명은 7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이미 지급한 카드대금 3억5000여만원에 대해서는 반환을, 미납한 1억8000여만원은 갚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4월 소송을 냈다.

한편 전국은행연합회와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신용카드로 인한 20세 미만 미성년 신용불량자는 35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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