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사망'무죄 평결 "미군을 위한 재판"시민 반발

  • 입력 2002년 11월 23일 01시 10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던 두 미군에게 모두 무죄 평결이 내려짐에 따라 시민 사회단체들의 반발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 사회단체들은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다’는 이번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대규모 항의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또 각 정당들도 이번 재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SOFA의 불평등조항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고 나서 앞으로의 사태 진전이 주목된다.

▽사건 발생〓6월13일 경기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지방도 56호선에서 길가던 조양중 2년 신효순(14), 심미선양(14)이 미2사단 공병여단 소속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과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이 모는 부교운반용 장갑차 우측 궤도에 치여 숨졌다.

사고 직후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대학생들이 미군부대와 주한 미 대사관에 들어가 기습시위를 벌이는 등 반미시위가 번져나갔다.

▽정부와 미군 대응〓두 미군은 7월 5일 미군 검찰에 의해 기소됐으며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7월29일 두 사람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직접 조사했다.

법무부도 이 조사를 토대로 미군 주둔 이후 최초로 재판권 이양을 미군측에 공식 요구했으나 8월7일 거부당했다. 법무부 배상심의회는 9월11일 SOFA에 따라 두 여학생에 대한 배상금액을 각각 1억9000여만원으로 정했고 같은 달 13일 유족들이 이를 수령했다.

미군은 자체 모금을 통해 9월 사고 지점에 추모비를 세웠으며 수 차례에 걸쳐 사과의 뜻을 전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장병교육을 강화했다.

▽재판의 파장〓찰스 켐벨 주한 미8군사령관은 두 미군에 대한 재판이 모두 끝난 22일 “배심원들의 무죄 평결은 이 사건이 ‘형사적 과실을 물을 수 없는 불행한 사고’였음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두 현역 미군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의 무죄 평결에 대해 범국민대책위는 물론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들까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미군 장교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대책위는 23일부터 서울 용산 미8군사령부를 시작으로 전국의 미군 기지를 돌며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또 12월 초 대표단을 구성해 미국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SOFA 재개정을 요구하고 이를 촉구하는 100만명의 서명용지를 백악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많은 국민이 재판 결과를 수긍하지 않아 SOFA 개정 요구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재개정이 쉽지 않은데다 재판 결과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동두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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