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입시관리 너무 허술하다

  • 입력 2002년 11월 14일 18시 14분


서울대의 입시관리가 미심쩍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입시에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기 때문이다. 학교측이 점수 계산을 잘못해 합격자가 불합격자로 처리되는가 하면 자격 미달인 지원자가 합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험생들은 신입생 선발이 공정하게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입시를 치른다. 이 같은 신뢰가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대혼란이 야기될 것이 뻔하다. 이번 일로 수험생들이 서울대 입시를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음대와 체육교육과의 수시전형 1단계에서 교과과정은 40점 만점, 비교과과정은 160점 만점으로 계산해야 하는데도 각각 100점으로 처리한 것이다. 이 결과 합격해야 할 학생이 떨어지고 불합격될 학생은 합격했다. 일단 14명을 추가 합격시켰으나 최종 합격자를 가릴 때 문제가 더 커지게 된다. 당초 불합격되었어야 할 지원자가 만약 최종 합격된다면 다른 수험생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무용전공 전형에서 드러난 문제는 입학자격에 대한 대학측의 자의적 해석이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느냐는 더욱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무용콩쿠르에서 1등을 수상한 학생이 합격됐으나 이 콩쿠르에는 1등 위에 최우수상, 특상이 있어 실제로는 3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입학요강에는 ‘전국대회 개인종목 1위’로 제한되어 있어 실제 3위를 한 이 학생이 자격미달이라는 다른 학부모의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니다.

서울대는 지원자격이 있다고 판단해 합격시켰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런 식이라면 입학요강과 상관없이 어떤 학생을 합격시켜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빚고 있다.

대입 전형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실수와 부정의 소지는 커지고 있다. 무조건 학교의 입시관리만 믿으라는 요구는 권위적이고 오만한 자세다. 서울대는 수험생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성 확보를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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