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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8일 2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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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일찌감치 ‘호남 법무장관-비호남 검찰총장’ 구도를 유지하되, 정치색이 없는 인사를 고른다는 원칙 하에 ‘심 장관-김 총장’ 카드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몇몇 주요인사들과 접촉해 자문하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심 장관의 경우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 검찰에서 물러난 이후 정치권과 특별한 관계를 맺지 않고 지내왔으며, 김 총장 내정자도 정치적 색깔이 두드러지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청와대는 김 총장 내정자에 대해 막판 “‘정현준(鄭炫埈) 게이트’ 1차 수사의 최고책임자(당시 서울지검장)였다는 점에서 검찰 쇄신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모든 것을 100% 만족시키는 인사를 하기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심 장관에 대해서는 무난한 인사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김 총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정현준 게이트 1차 수사 당시 책임자였다는 점을 들어 “선거중립 의지가 의심되는, DJ식 무책임 인사의 전형”(홍준표·洪準杓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본격적인 문제제기는 꺼리는 분위기다. 대선을 40여일 앞둔 상태에서 전면전을 펴기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김 총장 내정자가 충남 출신이어서 그를 공격할 경우 ‘충청 민심’을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은 평가를 유보한 채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신임 장관과 총장은 잘못된 수사관행을 개혁하고 대선이 공명정대하게 치러지도록 사심 없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조순형(趙舜衡) 공동선대위원장 등 일부 인사는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외부인사를 과감하게 검찰총장으로 기용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국민통합21의 정광철(鄭光哲) 공보특보는 “이번 인선을 계기로 수치스러운 인권침해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심상명 법무장관 프로필▼
온화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해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일 처리는 꼼꼼하고 빈틈이 없다는 평. 학구파로 ‘상습범 연구’ 등의 연구논문을 냈다. 법무부 인권과장 시절엔 각국의 법률구조제도를 비교, 우리나라의 법률구조공단 모델을 입안했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지만 술자리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분위기를 살리는 스타일. 고서화에 조예가 깊고 바둑 실력도 남다르다.
△전남 장성, 60세 △법무부 인권과장 △법무부 법무심의관 △서울지검 북부지청장 △전주지검장 △수원지검장 △부산고검장 △광주고검장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김각영 검찰총장 프로필▼
서울지검장 재직 시절 재수사로 이어져 물의를 빚은 진승현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를 지휘했다. 88년 광주지검 부장 시절 조선대생 변사사건을 맡아 깔끔하게 처리. 정치적 색깔이 뚜렷하지 않아 현 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맡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 내 충청 인맥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유머감각이 넘쳐 주변을 편하게 만든다. 작고한 노모가 병환 중일 때 변을 직접 받아낼 정도로 효심이 지극했다.
△충남 보령, 59세 △울산지청장 △서울지검 서부지청장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대검 공안부장 △서울지검장 △대검 차장 △부산고검장 △법무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