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소래포구 난개발 현장점검

  • 입력 2002년 11월 1일 18시 49분


인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입구의 풍림아파트에 사는 김모씨(40·회사원)는 주말의 소래포구를 ‘계엄령 지대’로 비유한다. 남동공단과 남동구청 쪽으로 이어지는 도로 2곳과 경기 시흥시 월곶 방향의 소래대교를 통해 밀물처럼 밀려드는 차량행렬로 옴짝달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곳 주민의 상당수는 주말과 휴일이면 아예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곧 다가올 김장철에 젓갈류를 사려는 외지인들이 소래시장으로 몰려들어 평일에도 이런 교통난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씨는 2000년 4월 소래포구로 이사왔다. 당시 주민은 3000여명이었으나 풍림아파트(총 1517가구) 입주 후 1만여명으로 늘었다. 당시 소래포구에는 초등학교가 없어 이 지역 학생들을 3㎞ 떨어진 논현초등학교로 다녀야 했다.

소래포구로 들어오는 길은 기존 도로 1개에다 2000년 3월 개통된 풍림아파트∼도림동사무소 간의 길이 2㎞ 왕복 2차로 임시도로가 고작이었다. 이어 같은 해 11월 월곶과 이어지는 소래대교(길이 620m)가 완공됐으나 이 도로는 오히려 교통체증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했다.

입주민들은 ‘남동구청∼소래포구 간 길이 4㎞ 왕복 6차로 도로가 개설된다’는 건설업체의 분양 광고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 도로는 내년 6월에나 개통될 예정이다.

김씨 등 입주민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자녀들의 통학문제였다. 출퇴근시간에 소래포구 길목의 1㎞를 빠져나가는데 최소 30∼40분 이상 걸리고 버스노선도 2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논현초등학교는 소래포구 학생들의 유입으로 교육여건이 더욱 열악해져 2000년 3월부터 학생수가 40% 증가하면서 컨테이너 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다행히 올 3월 소래포구 안에 초등학교가 문을 열면서 논현초등학교의 컨테이너 교실은 빈 채로 남겨져 있다.

인천지법은 최근 “주민들이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데는 난(亂)개발을 방조한 행정기관과 건설회사의 책임이 있다”며 455가구에 36억5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풍림아파트에 사는 또 다른 400여가구도 현재 건설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소송을 낸 상태며 나머지 700여가구도 소송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판결은 난개발에 대한 행정기관의 책임을 물은 첫 사례로 기반시설이 취약한 다른 지역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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