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사망'파문 확산]"박종철사건 再版될까" 초긴장

  • 입력 2002년 11월 1일 18시 16분


김대중(金大中) 정부 들어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해 온 검찰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 사건’의 파장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갈수록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뇌부는 당초 이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만 해도 수사관에 대한 형사처벌과 담당 검사와 서울지검 지휘 라인에 대한 징계 선에서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검찰청이 지난달 26일 수사를 시작하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서 검찰의 ‘희망’은 빛이 바래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서울지검은 피의자 폭행사실조차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검은 조사에 착수하자마자 수사관들의 폭행사실을 밝혀냈다.

폭행도 단순히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한 정도가 아니다. 지난달 29일 수감된 수사관 홍모씨(36) 등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홍씨는 사망한 조천훈씨(30)를 ‘업어치기’로 바닥에 넘어뜨린 뒤 다른 수사관들과 함께 마구 때린 것으로 돼 있다.

아직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공식적으로 통보되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수사를 맡은 대검 감찰부는 ‘폭행이 피의자 사망의 직접 원인’이라는 잠정 결론을 이미 내린 듯하다.

게다가 지난달 31일엔 조씨와 함께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박모씨가 검찰에서 물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대검 수뇌부는 1일부터 경찰에서 물고문 당해 숨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며 초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검찰이 ‘물고문 주장’을 부인하면서 이례적으로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을 공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서울지검장과 서울지검 3차장 전보설에 이어 검찰 수뇌부도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것이라는 설까지 나돈다. 법무부 장관 또는 검찰총장이 사과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같은 뒤숭숭한 검찰 내부의 기류와는 달리 이 사건을 담당한 홍경령(洪景嶺)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에 대한 ‘동정론’은 내부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역시 누군가에 의해 살해돼 숨진 피해자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3년째 끈질기게 단순 자살로 처리된 사건을 추적하다 이런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서울지검 언론에 내부공개▼

서울지검은 1일 수사 중 피의자가 사망한 장소인 청사 11층 특별조사실(특조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특조실은 수사 관계자 이외의 사람에 의한 수사 방해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곳.

검찰은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다 숨진 조천훈씨 등이 물 고문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기자들이 특조실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특조실 복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밀번호 4자리를 눌러야만 열리는 육중한 철문을 통과해야 한다.

조사실은 모두 7개로 각 특조실에는 녹색 카펫이 깔린 바닥 위에 침대 책상 의자가 놓여 있고 조사 장면을 녹화하기 위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나 평소 피의자가 주요 진술을 할 때만 가동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작동시키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화하는 것은 아니고 피의자가 자백을 하는 때 등 특별한 경우에만 녹화를 한다”고 말했다.

각 특조실은 4∼5평 규모로 내부 화장실에는 세면대와 변기만 있고 욕조는 없었다.

제1∼5조사실에는 창문이 있으나 조씨가 숨진 제7조사실과 제6조사실에는 창문이 없다.

각 특조실의 벽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졌으며 피의자 등이 조사를 받다 자해행위를 할 수 없도록 푹신한 스펀지로 도배돼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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