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 잇단 轉用 논란

  • 입력 2002년 10월 23일 18시 18분


정부가 주5일 근무제를 조기에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고용보험기금에서 신규채용 인건비를 지원키로 한 것은 고용보험기금을 본래 용도 이외로 전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당초 시행 일정보다 빨리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고용보험기금에서 1000억원을 확보해 신규채용인력 1명당 6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중소기업 지원금액 1000억원이 포함된 ‘2003년도 고용보험기금 운용계획’을 마련해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일 “주5일 근무제를 앞당겨 도입하는 중소기업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은 고용보험의 고용안정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고용보험기금이 넉넉하다면 보험료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보험법은 고용안정사업의 범위를 ‘실업을 막기 위한 고용조정지원사업’(휴업수당과 인력 재배치, 전직훈련지원금)과 ‘유휴 인력을 위한 고용촉진지원사업’(지역고용촉진지원금과 고령자 등 고용촉진장려금, 고용촉진시설장려금)으로 정해놓았다.

경총은 “고용보험료 중 고용안정사업 부분은 사업주만 부담하도록 돼 있다”며 “정부가 기업주가 내는 보험료를 이용해 정부정책 추진의 재원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용보험료 중 고용안정사업은 기업주가 총 급여의 0.3%를, 실업급여사업은 근로자와 기업주가 총 급여의 0.5%씩을 각각 내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2001년 11월부터 시행한 모성보호 관련 개정 법률에 따라 출산휴가를 2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면서 늘어난 30일분의 임금을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에서 지출하도록 해 전용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경총은 “출산한 여성 근로자의 휴가를 늘리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휴가중인 근로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고용보험기금의 지출 원칙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용보험 누적 적립금은 고용보험제도가 도입된 첫 해인 1995년 말 3344억원에서 2001년 말에는 3조305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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