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 입력 2002년 9월 27일 17시 36분


조병세씨(42)는 1995년 6월14일 실종된 딸 하늘양(당시 5세)을 7년 넘게 찾고 있다.

하늘양은 실종 당일 오후 8시경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에 서울 구로구 구로동 집을 나간 이후 소식이 끊어졌다.

조씨는 5개월 동안 휴직하고 전국을 뒤졌지만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딸의 사진이 담긴 전단 100만장을 뿌리고 각종 보호시설 등을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하늘이를 봤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곳도 100군데가 넘지만 하늘이는 없었다.

조씨는 "지난 해 8월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하늘이를 찾으러 전국으로 다녔지만 이제는 지쳐 간다"며 "하늘이도 중요하지만 다른 가족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소식이 끊어진 뒤 생사조차 모르는 '제2의 개구리 소년 소녀'들이 전국에는 수없이 많다.

경찰은 해마다 13세 미만 어린이 5000여명이 미아가 되고, 이중 300여명이 신고된지 1년 안에 행방이 파악되지 않는 장기 실종자가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어린이 찾아주기 센터'가 86년 문을 연 뒤 접수된 실종어린이 3205명 중 700여명은 아직도 행방을 찾지 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가족들도 실종자 찾기를 포기해 어린이 찾아주기 센터에 접수된 사건 중 500여건은 신고한 가족과 복지재단과의 연락마저 끊겨 실종자를 찾는 일이 중단된 상태다.

장기 실종자의 경우 경찰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실종자를 찾는 것은 전적으로 가족의 일이 된다.

개별적으로 실종자를 찾던 시민 50여명은 '실종 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실종자를 찾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종 당시와는 외모가 바뀌어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종 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최용진 회장은 "제2의 개구리 소년이 지금도 많고,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초동 수사가 너무 허술하고, 실종자를 찾는 시스템도 부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이상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자와 사회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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