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전나무 씨말라간다…어린나무 유전자소실 심각

  • 입력 2002년 9월 6일 18시 24분


국내에서 손꼽히는 청정지역 중 하나인 오대산에 자생하는 전나무가 심각한 유전자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산림청 임업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 초부터 2000년 말까지 오대산 국립공원에서 다 자란 전나무와 어린 전나무의 겨울눈에서 각각 유전자를 채취해 형태를 조사했다.

국내에서 농작물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시험은 있었지만 6년간에 걸쳐 나무의 세대간 유전자 비교 시험을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결과 어린 전나무에서 특정 유전자가 많이 또는 극히 적게 나타났으며 다양성이 감소한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유전자가 완전히 없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씨앗이 싹터 자라나는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변화된 주변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해 도태되기 때문이다.

임업연구원 연구팀은 6일 오대산 월정사 부근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어린 전나무의 유전자가 소실되는 까닭은 ‘근친교배’가 자주 발생하거나 생육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전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같은 나무에 피는데 다른 나무의 꽃들과 교배하지 못하고 같은 나무에 있는 꽃끼리 교배하는 것을 근친교배라고 부른다.

임업연구원 최완용 임목육종부장은 “이 지역이 대기오염과 무관한 청정지역임을 감안할 때 근친교배가 일어난 것은 인위적 간섭보다는 기후 온난화로 한반도 기온이 상승한 것이 주원인으로 보인다”며 “유전자 소실이 곧 멸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개체수 감소로 이어져 숲이 크게 황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숲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현 상태 유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유전자은행에 종자의 장기저장, 인위적인 보존림 조성 등 유전자 보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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