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 강타]인명피해 왜 많았나

  • 입력 2002년 9월 1일 18시 21분


태풍 루사로 인명피해가 많이 난 이유는 무엇일까.

130명 이상의 사망, 실종자를 낸 루사는 뿌린 비의 양과 바람의 세기 등 태풍 자체의 위력으로 볼 때 1959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사라 이후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다. 따라서 많은 인명 피해가 난 것은 태풍 자체의 위력이 컸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당국의 허술한 안전관리와 재해대책,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이 1일 분석한 사망, 실종자의 발생 원인을 보면 주로 △산사태 △가옥 붕괴 및 매몰 △하천의 급류에 의한 것이었다. 31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35번 국도에서 산사태가 나 차량 10여대가 매몰되고 구조작업에 나선 경찰관 63명이 고립된 것은 안전규정 부실에 따른 대표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건설교통부가 산을 깎아 도로를 만들 때 바위의 위치와 결, 상태와는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63도의 경사각을 유지하도록 한 ‘절개지(切開地) 규정’ 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났다는 것.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李壽坤) 교수는 “이런 획일적인 규정 때문에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면 어김없이 절개지에서 흙이나 바위가 굴러 떨어져 도로가 끊기고 공장이나 가옥이 매몰되는 사고가 일어난다”고 말했다.또 실종자의 상당수는 강풍과 호우에도 불구하고 대피하지 않은 채 하천변을 오가거나 낚시를 하던 사람들로 재해에 대한 ‘안전 불감증’도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원인이 됐다는 것.경찰은 전남 보성군 미력면 보성강댐 주변에서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낚시를 하던 낚시꾼 3명을 경범죄로 입건하는 등 이번 태풍 기간에 4명을 경범죄 위반으로 입건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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