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씨 '홍위병 비유' 정당"…시민단체 명예훼손訴 패소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48분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지했던 시민단체들이 자신들을 ‘홍위병’ 등에 빗대어 표현한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씨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안영률·安泳律 부장판사)는 14일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가 “시민단체를 홍위병이나 친북세력으로 몰아세워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씨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씨의 표현이 시민연대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점은 인정되지만 시민단체의 순수성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취지의 공공성이 인정되고 내용도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의 친북세력 발언 역시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공격하는 수사(修辭)적 과장 표현이라는 점, 자유로운 견해를 개진하는 공개 독서토론회 과정에서 다소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을 피할 수 없는 점, 즉각적인 반격이 가능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불법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측이 책 반환 행사 도중 이씨의 명예와 감정을 해칠 수 있는 조시(弔詩)를 낭송함으로써 과장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시민연대는 이씨가 지난해 7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각각 기고한 ‘신문 없는 정부 원하나’와 ‘홍위병을 떠올리는 이유’라는 칼럼을 통해 시민단체를 홍위병에 비유하고 같은 해 12월 부산의 한 서점에서 열린 독서토론회에서 친북세력이라는 취지로 발언하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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