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할당제, 깊이 논의해 봐야

  • 입력 2002년 8월 14일 18시 31분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엊그제 신입생 지역할당제를 다시 거론해 자신의 총장임기 내에 이 제도를 도입할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총장이 밝힌 구체적인 내용은 전국의 각 군(郡)에 1, 2명씩 입학정원을 배분해 지방 학생들을 별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대 입시가 그동안 유지해온 성적순 선발의 원칙을 허물고 사실상 새 입시제도를 도입하는 것이어서 서울대뿐만 아니라 대학입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방 학생들이 서울대 입시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서울대의 신입생 통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신입생들이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 같은 대도시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도 최근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렇게 된 원인을 분석해 보면 대도시에 비해 지방의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탓도 없지 않다. 현실적으로 수험생 누구나 서울대 입학을 선망하는 만큼 지역할당제를 도입하면 점수 위주의 선발방식이 지니는 현행 입시제도의 맹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지방 학생을 꾸준히 선발한다면 장기적으로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바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과열된 입시풍토에서 걱정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제도가 편법 입학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는 없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과거 입시에서도 취지는 좋았지만 시행 과정에서 잘못되어 제도 자체가 흐지부지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방과 도시의 격차도 문제지만 같은 대도시 내에서의 소득에 따른 교육환경 격차도 심각한 문제다. 대도시의 저소득층 자녀들도 서울대 진학이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방 학생을 우대할 경우 서울의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서울대 측은 충분하고 신중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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