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학내사고 구상권행사 논란

  • 입력 2002년 8월 8일 18시 33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9월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이례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98년 5월 서울 S초등학교 6학년 실과시간에 발생한 화상 사고의 치료비 가운데 공단이 부담한 금액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한 것이다.

한 학생이 마시던 음료수를 가스 버너 위에서 끓고 있던 기름 냄비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옆에 있던 급우 2명이 뜨거운 기름에 얼굴과 손등에 화상을 입었다.

공단측은 “교사가 학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인 만큼 공단이 부담한 치료비를 교육청이 물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시교육청이 1, 2심에서 패소했다.

이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학교에서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의 치료비를 시도교육청에 청구하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공단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서울 시내 초중고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치료비에 대한 구상금 청구 소송을 4건이나 제기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공단이 구상권을 적극 행사하고 있는 것은 누적된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단의 올 상반기 보험급여 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늘어나는 등 올해 적자폭이 당초 예상한 7600억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구상금 청구 소송이 늘어나자 시도교육청은 소송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와 비용 때문에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교육재정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시교육청은 5월 건강보험공단이 167만여원의 구상금을 청구한 소송의 1심에서 패소하자, 추가 소송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항소를 포기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인한 보험급여 사유가 발생해 가입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그 급여에 소요된 비용의 한도 내에서 3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내 안전사고는 대부분 예기치 않은 것으로 교사가 수업이나 휴식시간에 수십명의 학생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항변이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서울 S중과 K여중의 학생 추락사고도 교사가 학생을 통제하기 어려운 휴식시간과 방과 후에 일어났다. 98년 9월 서울 K중에서 과학실습 중에 발생한 화상사건도 교사 1명이 많은 학생을 지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고를 막기가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교육계와 법조계에서는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구상금 청구는 국민건강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이라는 건강보험의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직접적인 가해자가 있거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사고가 아닌데도 구상금을 청구하는 것은 보험 가입자인 국민에게 보험금과 구상금을 이중으로 받아내는 행위라는 것이다.

박찬희(朴贊姬) 서울시교육청 고문 변호사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학급당 학생수가 40명이 넘는 교육 현실에서 교사에게 안전사고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학내사고 구상금 청구 소송 현황
소송 제기 소송 내용 대상 학교 청구금액 소송 결과
2001.7과학실습 중 약품폭발서울 K중124만원 1심 교육청 승소
2001.9실과실습 중 화상서울 S초등141만원1,2심 교육청 패소
2001.114층 교실서 추락서울 S중2596만원 1심 진행 중
2002.5화학실습 중 화상대구 D공고167만원교육청 1심 패소,항소포기
2002.63층 교실서 추락서울 K여중728만원 1심 진행 중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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