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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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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침수돼 큰 어려움을 겪었던 세종로 사거리 일대 빌딩들의 관리직원 등은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내린 7일 새벽 역류하는 하수가 빌딩 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수해를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과거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던 서울 도심의 빌딩들이 근년 들어 이처럼 해마다 ‘수해 위협’에 시달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시멘트로 뒤덮인 도심의 경우 빗물이 거의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하수관으로 흘러 들어가므로 산이나 하천 유역과는 다른 치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례〓7일 새벽 5시경 청계천 물이 역류해 도로의 물이 어른의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면서 광화문 일대 빌딩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하주차장 입구를 통해 물이 지하층으로 흘러 들어갈 위기에 처한 것.
A빌딩의 경우 새벽부터 직원들이 모래주머니를 쌓고 차수막을 치는 등 대책을 세워 가까스로 수해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인근 B빌딩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빌딩 관계자는 “전에 없이 비만 오면 비상대기를 하며 가슴을 졸이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행정당국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도심의 지하철역도 비슷한 실정이다. 이번 폭우에도 서울시는 지하철 역사마다 모래주머니를 갖다 놓고 빗물이 넘칠 경우 입구에 쌓아 침수를 막는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 입장〓서울시는 비가 순간적으로 워낙 많이 와 어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시내 배수용량은 시간당 74㎜로 평균 10년만에 한번 올 최대 강우강도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며 “그 이상의 하수가 쏟아져 들어올 경우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청계천의 상류쪽인 광화문 일대의 경우 한꺼번에 내린 비는 오로지 청계천의 하수관을 통해 중랑천 쪽으로 흘러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또 “배수 용량을 늘리기 위해 하수관거를 넓히는 등의 대책은 어마어마한 예산과 기간이 소요돼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보여온 여름철 국지성 집중호우가 한국의 대표적 기상 현상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제는 장기적인 대책을 세울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조항문(趙恒文)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하수관로 정비나 빗물펌프장 증설 등의 방안이, 장기적으로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거나 일정 지역에 빗물을 저장하는 빗물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기술연구원 김이호(金利鎬) 수환경연구팀장은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일본 도쿄 스미타구의 경우 지난 수년간 신규 건축물이나 학교 운동장 등에 지하저류조를 만든 뒤 침수피해가 줄고 있다”며 “한국도 지역 및 강우 특성에 맞는 저류 시설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류시설은 평소에는 빗물을 활용하고 집중호우 때는 빗물을 잡아두어 하류로 흘러가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주차장이나 학교 옥외운동장, 공원 내 녹지나 나대지 공간을 평지보다 낮춰 활용하는 방안 등이 일반적이다.
김 팀장은 또 “최근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대에서 개발한 ‘폴리머재질을 이용한 유속 향상 기술’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하다”고 밝혔다.물에 폴리머 성분을 넣어 물의 마찰을 최소화, 물의 흐름속도는 50%, 흐르는 물의 양은 30%가량 늘려주는 기술이 최근 개발됐다는 것이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