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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7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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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화대의 이른바 '노벨상 반'의 아이들. 이들은 '노벨상을 목표로 하지 않으나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BS]
SBS 취재팀이 최근 미국 하버드 스탠퍼드 및 메사추세츠공과대(MIT)를 취재한 결과 두 대학은 ‘오직 최고만이 살아남는다’며 교수와 학생들을 무섭게 다그치고 있었다. 중국의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는 ‘문화혁명’ 수준의 교육개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상대적으로 국제적 지위가 위축된 일본의 와세다대 도쿄대 게이오대는 ‘21세기 지도자’를 길러내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최고의 학생이 돼라▼
명문대에는 뛰어난 학생들이 너무 많다. 똑똑하다는 것은 그저 평범함일 뿐, 이들 대학에서 공부는 ‘일상’이다. MIT학생들은 ‘학교에 다닌다’는 표현 대신 ‘살아 남는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공부량이 엄청나다. 24시간 문을 여는 하버드의 도서관은 24시간 학생들로 꽉 차 있다. 밤 11시반에 불을 끄는 중국 칭화대 기숙사의 학생들은 불이 꺼지면 복도와 샤워장의 불빛아래서 책을 읽는다.
MIT의 한국인 학생 지예영씨는 “매주 치러지는 시험과 중간 기말시험을 치르다 보면 숨돌림 틈이 없다”고 전했다. 하버드대학의 학생들은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기회이자 행복일 뿐”이라며 하루 14시간 씩 책을 보고 있다. 무엇보다 명문대 학생들의 공통점은 당장 눈앞의 취업보다 미래를 멀리보고 전세계를 활동 무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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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화대 자동차학과 시험장에서는 시험을 치르는 학생 한 명당 교수 한 명이 붙어 시험감독을 한다. 부정행위는 꿈도 못 꾸고 잠시 딴전을 피우기도 힘든 엄정한 시험이다.
칭화대 생물학과의 창정이(昌增益)교수는 생물학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2시간 수업 중 한 시간은 학생들에게 발표를 시킨다. 물론 영어다. 취재팀의 확인 결과 이들의 발음은 원어민에 가까울 정도였다. 맨 뒷줄에서 괴로운 표정을 짓는 학생에게 물었더니 그는 “친구들의 말을 30% 정도 밖에 못 알아듣겠다”고 대답했다.
창교수는 그러나 ‘낙오자’는 돌보지 않았다. 수업 말미에 “수고했다. 다음시간에 보자”정도의 표현만 중국어로 했을 뿐, 그 외의 시간에 중국어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일본 명문대생들은 1, 2학년까지는 축제의 낭만을 즐기고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나 그들은 동아리활동에도 ‘사활을 건다’. 클럽 활동이 단지 취미 생활이 아닌 또 다른 학습의 장이기 때문이다. 일본 와세다대의 정치서클 ‘유벤카이’에서는 신입생 선발부터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다. 국제적인 시사문제를 놓고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펴지 못하면 곧바로 선배들의 반론이 터져 나온다. 이 서클은 다수의 장관과 수상을 ‘배출’했다.
▼최고의 교수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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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청쉬(程旭)교수는 서른 두 살이 되도록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다. 순수하게 국내에서만 공부했지만 베이징대는 그를 교수로 임용하면서 PDA 연구개발을 위해 8층짜리 연구동과 100여명의 연구원을 지원했다. 같은 대학에는 MIT에서 학위를 받은 학자도 많지만 베이징대측은 “학벌보다는 실력과 연구 성과만을 중시하며 능력만 있다면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힌다.
칭화대 교수들의 평균 연봉은 우리 돈으로 1000만∼1500만원선. 그러나 몇몇 교수들은 연봉 1억원을 받는다. 칭화대측은 “이들은 1억원을 받고 100억원의 성과를 내고 있는 학자들”이라고 밝혔다.
명문 대학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시에 실적에 대해서도 엄격하다. 하버드와 스탠포드 MIT에서는 교수평가제에 따라 교수들이 매 학기 초와 중반에 학생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과제물 △수업보조도구활용 △수업준비성 등 10여 개 항목에 걸쳐 받은 점수가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학생들은 학기 중에 수강과목을 바꾸기도 한다. 이 평가표는 다음 학기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할 때 큰 참고자료가 된다. 스탠퍼드대 조경재교수는 “정년이 보장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연구업적을 쌓고 학생들을 잘 가르쳐 교단에서 살아남으려는 교수들 사이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다.
MIT교수들은 “아직도 수업시작 전에는 긴장이 된다”고 말할 정도다. 수준 높은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해야 하고, 본인 스스로도 수준 이하의 강의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수업준비에 며칠씩 소비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국의 일류대학들도 최근 들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교수를 채용하기 전 2년 간 ‘수습기간’을 두어 연구업적이 뛰어나지 못할 경우 정식 임용에서 탈락시키고 교수평가제 도입을 고려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서울대 영문과 김성곤교수는 “요즘 교수 부인들 사이에서는 남편의 급여를 묻지 않는 게 예의가 됐을 정도로 실력에 따른 차등 대우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수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 제도만 선진적이어서는 경쟁력을 키우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연구비 지원 등은 과거와 똑같은 채 교수 월급만 차등화 시킨다고 세계 일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SBS 특별기획 ‘세계의 명문대학’은 16일 밤 11시5분, 17일 밤 10시 50분 두 차례에 걸쳐 방영된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