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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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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구간이 비에 잠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는 물론 종로, 청계고가도로 등 도심과 테헤란로 등 강남 일대는 대낮부터 차량들로 밀리다가 오후 5시경부터 퇴근차량이 몰려들면서 밤늦게까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한강대교, 한남대교, 동호대교, 성수대교, 마포대교 등 주요 다리도 퇴근길 차량으로 몸살을 앓았다. 과천대로 등 외곽도로도 일부 통제되면서 서울 진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후 7시경 아현로터리∼공덕동의 2㎞ 구간을 이동하는 데만 40분 이상이 걸렸다.
회사원 김성은씨(32·서울 마포구 도화동)는 “퇴근 후 압구정동에서 마포까지 오는 데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며 “한남대교 양방향은 차량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복만씨(30)는 “여의도를 가기 위해 오후 5시경 분당에서 출발했는데 길이 너무 막혀 오후 9시경에야 충무로에 도착했다”며 “충무로에서 내려 아예 저녁을 먹고 정체가 풀린 뒤 다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고향인 강원도 방면으로 가기 위해 올림픽대로로 접어들었던 김모씨(35·여)는 “성산대교 부근에서 1시간가량 갇혀 있다가 결국 고향길을 포기하고 양천구 목동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차를 회사에 두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퇴근했으며 이 때문에 밤늦게까지 지하철역 주변이 큰 혼잡을 빚었고 지하철 객차에는 승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차 아비규환의 모습이었다.
이날 폭우 때문에 오후 2시부터 올림픽대로 반포대교∼양화대교 구간 양방향이 통제됐고 새벽 용비 IC∼군자교 양방향에 한정됐던 동부간선도로 교통통제구간이 같은 시각부터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으로 확대됐다.
이에 앞서 오후 1시25분부터 강변북로 마포대교∼동작대교 구간 양방향의 교통이 통제됐으며 노들길 한강대교∼여의교 구간 양방향도 이날 낮 12시반부터 통제에 들어갔다.
이 밖에 잠수교, 올림픽도로 개화육갑문, 상암지하차도 북가좌동∼성산동 등 서울시내 10여곳의 교통이 통제됐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동강일대 2만여명 긴급대피▼
7일까지 나흘간 서울과 경기, 강원, 충청 등 전국적으로 쏟아진 집중 호우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고 곳곳에서 산사태 등으로 철로와 도로가 끊기거나 유실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여객선과 항공기 운항도 중단됐다.
한강 금강 영산강 등 전국 7개 하천의 경우 홍수경보 및 주의보가 발령됐으며 특히 강원 화천군 화천읍 평화의댐 수위가 평상시보다 6m 이상 높아져 인근 주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나흘간 355㎜의 강우량을 기록한 강원 영월군 영월읍의 경우 인근 동강과 서강의 수위가 높아지며 시가지 침수가 우려돼 이날 주민 2만여명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전북 남원군 산내면 대정리 주민 100여명도 하천 범람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오후 8시경 인근 산내초등학교 강당으로 긴급 대피했다.
서울에서는 강남면허시험장 기능시험장의 침수가 계속돼 기능시험 일정이 2주간 연기됐다.
▽한강 수위 상승〓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이날 한강 잠수교의 수위는 오후 9시 현재 11.54m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중부지방의 강수량이 점차 줄어들면서 팔당댐의 방류량이 적어져 8일 오전에는 한강의 수위가 크게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제소는 이날 낮 12시를 기해 남한강 여주대교 일원과 안성천 평택 일원 등에 내렸던 홍수경보를 오후 8시에 주의보로 대체 발령했다.
▽인명 피해〓7일 오후 5시반경 강원 인제군 서화면 인북천 심적교 하류에서 고무보트가 뒤집혀 3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날 오후 6시 20분경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리 남한강 북벽 앞에서 주민 이인순씨(51)가 실종됐다.
오전 7시경에는 강원 원주시 일산동 중앙초등학교 후문 쪽 높이 4m, 길이 10m의 축대가 붕괴되면서 박상래씨(59)의 집을 덮쳐 박씨가 매몰돼 숨졌다.
또 이날 오전 1시55분경 강원 춘천시 북산면 추곡2리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흙더미가 사슴농장과 주택을 덮쳐 김천봉씨(48)가 실종됐다.
▽주택 및 농경지 피해〓경기 안성시 안성천 주변 성남동 저지대 주택 30여채가 침수됐으며 인천 서구 가정동에 있는 공장 1동도 침수됐다. 또 전북 임실군 오수면과 삼계면의 정부양곡 보관창고가 침수돼 벼 1만8000여 부대가 물에 잠겼다.
이 밖에 경기 이천시 마장면 관1리 이모씨(53)의 주택과 돈사 2동이 산사태로 파손되는 등 서울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6780여 가구가 침수 피해를 보았다.
▽여객선 항공기 운항 중단〓포항∼울릉, 인천∼백령도, 제주∼목포 등 전국적으로 97개 여객선 항로 중 72개가 운항이 중단돼 2만여명의 피서객 등이 발이 묶여 큰 불편을 겪었다.
또 이날 오전 6시40분 김포발 김해행 대한항공 1101편이 뜨지 못한 것을 비롯해 이날 406편 중 159편의 국내선 항공기가 결항했다.
양기대기자 kee@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