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사망 68세 생활보호자 “불우이웃에 써달라” 유언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37분


‘나눔의 101만원.’

지난달 26일 오후 7시 충남 홍성군 광천읍 광천리 배선교(裵善敎·68·사진)씨 집 안방.

2년여 전부터 방광암과 투병 중인 배씨는 자신을 찾아온 광천읍사무소 사회복지사 박옥선(朴玉仙·39)씨에게 흰 봉투를 건넸다.

“이제 며칠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아요. 그동안 도와준 정부에 감사합니다. 100만원(실제로는 101만원)밖에 되지 않지만 근근이 모았으니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써주세요.”

박씨가 “멀쩡하신데 무슨 말씀이시냐”며 만류했으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예감대로 나흘 만인 지난달 30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자녀가 없는 배씨는 아내가 20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지관 생활을 하며 근근이 살아오다 10여년 전부터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보조금을 받아왔다.

그는 생활이 어려워 폐지를 모아 팔기도 했으나 보조금과 생활비를 아껴 돈을 모은 것.

마을 사람들은 배씨가 투병 중에도 남의 신세를 지지 않고 꼿꼿하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복지사 박씨는 “배씨의 유언대로 정말 어려운 주민을 위해 기탁금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성〓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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