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現정부 치적 자화자찬 말이되나”

  • 입력 2002년 8월 1일 18시 53분


고교 한국근현대사 검정 교과서의 현 정권 미화 문제를 따지기 위해 1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이상주(李相周)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과 김성동(金成東)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의원들에게 호된 질책을 받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사안의 성격 규정 등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책임 떠넘기기〓이 부총리는 현황 보고에서 “교과서 검정 업무는 이를 위탁 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다”고 보고한 반면, 김 원장은 “평가원은 교과용 도서의 검정 과정을 관리할 뿐이지 법령상 검정 내용에는 전혀 관여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평가원에서는 검정 심의위원들에게 물 떠다 주는 일 같은 것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서로 책임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이 부총리는 나란히 앉은 김 원장을 못마땅한 듯 쳐다보며 “나 같으면 ‘내 책임 아래 했다’고 하겠다. 이 사람, 참 이상하네. 위탁했던 것을 도로 가져와야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민주당 송영길(宋永吉) 의원이 “평가원이 물 떠다 주는 일이나 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 존속 여부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하라”고 요구했고, 이 부총리는 “검토하겠다”고 선뜻 대답했다.

▽성격 규정 논란〓한나라당 현승일(玄勝一) 의원은 “임기 중인 정부의 치적을 역사교과서에 자화자찬하는 것은 공산당 같은 독재정권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말했고, 같은 당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서면 질의에서 “대선을 앞두고 고교생의 민주당원화, 교사의 민주당 중간간부화, 고교의 민주당원 연수회장화 하려는 정치적 음모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 대한 기술 내용 자체가 왜곡된 것은 없다”며 “한나라당이 터무니없는 청와대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사안의 본질이 과장 왜곡돼 일파만파가 된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미경(李美卿) 의원도 “한나라당은 왜 과거 정권의 교과서 왜곡에는 침묵하고 있었느냐”고 반박했다.

▽탈락 교과서 논란〓한나라당 박창달(朴昌達) 의원은 “검정 탈락 교과서들이 통과된 교과서보다 전 현 정권의 공과를 균형 있게 기술했는데도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은 로비 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설훈 의원은 “교과서의 검정은 전체 기술 내용의 선정과 구성, 학습 목표 및 교과과정에 대한 충실성, 표현 및 표기, 편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현 정부의 공과 부문만을 문제삼아 검정 통과 여부의 타당성을 논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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