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 자원봉사 오동규군 ˝믿음-사랑 깨달았죠”

  • 입력 2002년 7월 22일 17시 22분


“작별 인사를 하던 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면서 저도 같이 울었어요.”

서울 잠실고 1학년 오동규군(17·사진)은 18일 경기 가평군 하면 하판리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온 뒤 사람과 사랑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됐다.

오군은 지체장애인이나 전신이 마비돼 가는 할머니의 손발을 주무르거나 자식에게 버림받아 혼잣말과 통곡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는 할머니의 말동무를 하기도 했다.

“꼼짝 못하는 할머니의 대소변을 처음 받아낼 때는 냄새가 지독해 얼굴을 돌렸지만 차츰 구수하게 느껴지더군요. 냉면도 잘라 먹여드리면서 ‘우리 어머니도 나를 이렇게 키웠구나’하고 어렴풋이나마 깨달았어요.”

오군의 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학교 때 학교성적에 반영되는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구청, 동사무소 등을 전전했다.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집과 가깝고 청소 컴퓨터작업 등 일거리가 비교적 쉬운 관공서를 선호했다.

“그때는 ‘봉사’보다 ‘점수’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가까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구청 등에서 청소나 컴퓨터 문서 작성 등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면 ‘확인증’ 외에 남는 게 없었어요.”

그러나 이번 경험은 달랐다. 대소변을 받아낼 고무장갑이 없어서 쩔쩔매거나 고무호스가 부족해 물청소를 하려면 물통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사회복지기관의 열악한 환경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

오군은 “진정한 봉사활동은 쉽고 편안한 일보다 주위의 도움이 절실한 곳에서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틈나는 대로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커서 돈을 벌면 어려운 분들을 위해 기부금도 내겠다”고 다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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