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주가조작 적발…804억원 부당이득 혐의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09분


에쓰오일㈜ 김선동(金鮮東·60)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주가 조작과 분식 회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주가 조작 혐의로 대기업 회장과 임원들에 대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에쓰오일 김 회장과 대표이사 유모씨(55), 수석 부사장 노모씨(51), 회계담당 상무 김모씨(52), 자금담당 상무 조모씨(41) 등 5명에 대해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18일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외담당 부사장 박모씨(41) 등 임원 5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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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1999년 12월 당시 1만5500원선이었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회사자금 3390억원을 투입해 임직원 명의로 2300개의 증권계좌를 만든 뒤 자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당시 에쓰오일 지분은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사가 35%, 에쓰오일 28.4% 등으로 자사 우호 지분이 63.4%였으나 자사주를 집중 매입한 뒤 85%까지 올라갔다.

에쓰오일은 자사주 매입으로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물량이 줄어 주가 조작이 쉬워지자 김 회장의 동창과 딸 등 14명의 명의를 빌려 6개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었다.

이후 에쓰오일은 회사 돈 1000억원을 투입해 주가 조작에 들어가 고가 주문, 허수 주문 등의 방법으로 2만3571회에 걸쳐 1만5500원대의 주가를 5만6000원까지 끌어올려 80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에쓰오일은 지난해 말 재고재산의 평가기준이 되는 휘발유 등 4개 유종의 판매 단가를 조작해 각각 88억원과 77억원의 손실을 본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293억원과 268억원의 이익이 난 것으로 만드는 등 분식회계 처리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 에쓰오일은 기밀비 항목에서 3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중 13억원을 접대비로 사용하고 17억원으로 자사 주식을 사들여 비자금으로 관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이진우(李震雨) 조사2국장은 “3월에 회사 관계자로 보이는 내부자가 금감원과 검찰 등에 투서를 보내온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며 “에쓰오일은 증권거래법 1, 2, 3조에 모두 위반되는 행위를 했으며 고의적으로 주가 조작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에쓰오일 측은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외환위기 기간에 적대적 인수와 합병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종업원이나 회사에 우호적인 관계자가 회사 주식을 취득한 일은 있지만 주가 조작이나 분식회계를 한 일이 없고 비자금을 조성한 일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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