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이는 공무원직장協 …민선3기 출범맞춰 개혁요구

  • 입력 2002년 7월 15일 19시 00분


민선 3기 출범에 맞춰 공무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 자치단체 공무원직장협의회가 단체장에게 인사 쇄신과 제도개혁을 요구하거나 지방의회 의원들의 자세 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

전남도 공무원직협은 최근 박태영(朴泰榮) 전남지사를 면담하고 혈연, 지연, 학연을 배제한 공정한 인사를 해줄 것과 선거를 도와준 사람을 위한 조직개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경북 경주시 공무원직협은 신임 백상승(白相承) 경주시장이 비서실 직원을 특별 채용하려 하자 성명을 통해 부당한 인사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 “이는 반민주적 인사 관행을 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들은 새로 개원한 지방의회에 대해서도 감시와 견제에 나서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도 공무원직협은 최근 충북도의회의장을 방문해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 제시 △권위주의적 자세 탈피 △인사 청탁 등의 지위 남용 자제 △지역이기주의적 의정 활동 탈피 △효율적 의정활동에 도의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경북 포항시 공무원직협도 ‘시의회 의원들은 공무원 인사와 수의계약 공사 등 이권에 개입하지 말고 지역구를 위한 나눠먹기식 예산편성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무원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당사자들은 대체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광역단체장은 “공무원직협이 단체장의 인사 문제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근무여건 개선 등에 대해서는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겠으나 고유 권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광역의회 의원은 “공무원직협의 일부 주장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의회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공무원들의 이런 목소리가 공무원노조 설립과 관련해 노사정위원회의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되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충남대 육동일(陸東一·자치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직협의 기본 목적은 주민을 위한 행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개입이나 부당한 압력 등을 받지 않을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에 충실하지 않을 경우 노조 설립에 대해서도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대구〓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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