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삼으려 유아 유괴”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58분


결손가정의 한 여중생이 동생이 없어 그립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유아들을 유인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보름 동안 각각 4, 5세 유아들을 꾀어 데리고 다니다 집에 데려다주지 않고 유기한 혐의(미성년자 유인)로 10일 여중생 A양(12)을 서울가정법원에 송치했다.

경찰은 또 A양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유아를 지하철역에 유기한 A양의 계모 고모씨(64)와 친모 나모씨(48)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7일 오전 11시반경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놀고 있던 이모양(4)을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유인한 뒤 9일 오전 2시까지 38시간 동안 자신의 집과 학교 등으로 데리고 다니다 잃어버린 혐의다.

A양은 또 지난달 22일에도 이모군(5)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수법으로 유인, 33시간 동안 데리고 다니다 다음날 오후 10시반경 서울 강남구 양재 지하철역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양은 결손가정에서 자라 정서불안 등의 정신이상 증세를 앓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아버지(63)가 외도를 해 낳은 딸로 태어난 이후 아버지와 헤어진 친모와 함께 살았으나 3년 전 친모가 재혼하면서 아버지 집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표인 A양의 아버지는 A양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혼자 넓은 집에 방치해 왔으며 이렇게 1년을 생활한 A양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정서 불안 증세를 보여 약까지 복용해 왔다는 것.

A양은 경찰에서 “유아들을 데리고 다닌 것은 그저 동생으로 삼고 싶어서였다”며 “그게 죄가 되는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A양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동안 성당에 가 미사를 보기도 하고 라면, 김밥 등 먹을 것과 머리핀 등 장난감을 사주기도 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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