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완씨 도피행각-정치행로]공중전화로만 연락…낮엔 외출안해

  • 입력 2002년 5월 22일 17시 57분


21일 밤 검찰에 체포된 김희완(金熙完·사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한 달 동안의 도피 행각은 치밀하고 대담했다.

김씨는 도피 중 6개의 휴대전화를 갖고 다녔지만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면 공중전화만 사용했다. 한가지 휴대전화를 3일 이상 계속 사용한 경우도 없었다.

공중전화도 상대편 전화가 도감청될 경우에 대비해 반드시 2대의 공중전화를 사용했다.

일단 공중전화에서 상대방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주변의 일반전화 번호를 알려 달라”고 요청한 뒤 수백m 떨어진 다른 공중전화에서 일반전화로 전화를 걸었다는 것.

수사팀 관계자는 “처음에 정치인 출신이라서 검거가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도망 다니는 수법이 웬만한 전과자들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혀를 내둘렀다.

검찰은 김씨가 숨어 지내던 경기 의정부시와 성남시 분당의 아파트를 급습했지만 그때마다 김씨가 하루 혹은 몇 시간 정도의 차이로 도피해 번번이 허탕을 쳤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낮에는 절대 외출하지 않았지만 해가 지면 밖에 나가 술집에도 드나들었으며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운동복 차림으로 밤에만 은신처를 옮기거나 외출했다고 수사팀은 전했다.

한편 월간중앙 기자 출신인 김씨는 1985년 이민우(李敏雨) 신민당 총재 공보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통일민주당 부대변인과 국민회의 서울 송파갑 지구당 위원장을 거쳐 96년 말부터 1년반 동안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김씨는 99년 6·3 재선거에 국민회의 후보로 지역구인 서울 송파갑에 출마하려다가 송파갑이 당시 공동 여당이던 자민련 몫으로 돌아가자 잽싸게 자민련에 입당해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이회창(李會昌) 당시 한나라당 총재와 맞붙어 낙선했다.

김씨는 2000년 2월 다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가 4·13 총선이 끝난 뒤 탈당,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고문의 참모로 변신해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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