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 구속까지]80㎝두께 자료 7시간30분 검토끝 영장발부

  • 입력 2002년 5월 19일 18시 41분


법원이 8시간에 걸친 기록 검토 끝에 김홍걸(金弘傑)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인 18일 오후 8시50분경. 구치소로 가기 위해 검찰 청사를 나선 홍걸씨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수 차례 움직였다.

그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함께 “아버님께 드릴 말씀 없느냐” “혐의사실을 인정하느냐”는 등의 질문에 침묵을 지키다가 어렵게 한마디했다. “여러분께 누를 끼쳐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머니에게 전할 말씀은 없느냐는 질문에 멈칫하다 짧은 한숨과 함께 역시 “죄송합니다”는 말을 반복했다.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짙은 감색 양복 차림의 홍걸씨는 구속을 각오했기 때문인지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3일간 계속된 검찰 조사로 지친 듯 수척해져 있었고 생전 처음 겪을 구치소 생활에 대한 불안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홍걸씨는 이날 별다른 조사를 받지 않은 채 서울지검 특별조사실에서 혼자 어머니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보내준 성경 묵상집을 읽으며 영장발부를 기다렸다. 오후에는 조석현(曺碩鉉) 변호사가 갈아입을 옷과 우유 등을 들고 찾아갔고 홍걸씨는 오후 6시10분경 조 변호사가 주문한 잡채밥과 탕수육으로 저녁식사를 한 뒤 함께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반경 홍걸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높이 80㎝에 이르는 방대한 기록을 함께 제출했다. 홍걸씨를 직접 조사한 임상길(林相吉) 서울지검 특수2부 부부장은 영장청구 직전까지 지휘라인인 김회선(金會瑄) 3차장, 차동민(車東旻) 특수2부장과 함께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에 대한 막바지 검토작업을 벌였다.

서울지법 영장전담 이현승(李炫昇) 부장판사는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오후 1시경부터 홍걸씨에 대한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오후 8시반경 영장을 발부한 이 부장판사는 “기록이 많은 데다 홍걸씨가 일부 혐의를 부인해 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영장 실질심사를 했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