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생 안성-진천지역 르포]온통 소독약 방역

  • 입력 2002년 5월 5일 18시 38분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 안성시 삼죽면 율현마을과 충북 진천군 이월면 사곡리 일대는 4일이후 해당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지역이 봉쇄돼 방역 관계자 외에 출입이 금지됐다. 반경 1.5㎞지점에는 군인과 경찰이 배치되고 축산 농가 진입로를 비롯한 곳곳에서 방역차량 수십대가 투입돼 쉴새없이 소독약을 뿌려댔다. 모든 통행차량에 대해 소독이 실시되고 마을 진입로에는 생석회가 뿌려져 흡사 화생방 훈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반경 10㎞이내 지역에서는 가축, 원유, 사료 등의 반출이 금지됐다.》

▽경기 안성 지역〓삼죽면 율현마을을 비롯해 인근 품곡, 하냉마을 등은 외부와의 접근이 전면 차단된 채 소독을 받은 주민들만 외부 이동이 허용됐다.

이미 율현마을에서 사육중인 돼지와 젖소 1만700여마리는 4일까지 모두 도살처분된 뒤 매립됐다.

키우던 젖소 40여마리가 도살처분된 김희원씨(42·율현마을)는 “어떻게 키운 젖소들인데…. 이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인근 덕산리와 용월리 등 삼죽면 전체 축산농가들은 일손을 놓은 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돼지 3000여마리를 기르는 삼죽농장 박장원씨(32)는 “2년 전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피해를 아직 회복도 못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한탄했다.

특히 율현리와 경계를 접한 용인시 백암면 인근 축산농가들은 자체 소독을 강화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20개 반으로 편성된 수의사 등 검사반 40명은 율곡농장 반경 3㎞ 이내(위험지역) 축산농가들을 돌며 육안으로 수포 등 구제역 증상의 유무를 확인하는 임상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은 반경 10㎞이내 통제구역내 축산농가에 사료공급을 위해 운행 전담차량 4대를 고정배치했으며 가축의 수매도축에 대비, 안성도축장 1곳을 전담 도축장으로 지정했다. 기타의 가축시장과 도축장은 여전히 폐쇄조치된 채 가축거래는 완전히 끊겼다.

▽충북 진천〓5일 오전 이월면 사곡리 이모씨(41) 농장. 농장 주변은 폐쇄됐고 이씨 농장 진입로를 비롯한 21개소에 방역초소가 설치돼 모든 통행차량에 대해 소독이 실시되고 있다. 또 군내 236개 마을 1183개 진입로는 생석회로 하얗게 뒤덮였다.

또 이씨가 키우던 돼지 1005마리와 인근 최모씨(64) 농장 돼지 184마리, 김모씨(72)의 염소 1마리 등 우제류(偶蹄類) 가축 1190마리는 즉각 도살처분된 뒤 인근에 매립됐다.

지난해 3월 축협에서 수천만원을 대출받아 돼지를 키워온 이씨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돼지를 모두 땅속에 묻어야 한다는 충격에 쓰러져 병원신세까지 졌다.

구제역이 발생한 사곡리로부터 3㎞정도 떨어진 중산리에서 17년째 돼지를 기르고 있는 이건해씨(45)는 “2000년에도 구제역 발생으로 출하를 못해 큰 피해를 보았는데 그때의 악몽이 재연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안성〓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진천〓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방역등 신속대응…2년전같은 급속확산 없을것▼

구제역, ‘일단 멈춤’.

확산 기미를 보이던 구제역이 주춤하고 있다. 우려와는 달리 추가 발생은 물론 구제역 증상 신고도 없어 2년 전과 같은 급속 확산 사태는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되고 있다.

특히 2000년 구제역 파동을 겪은 경험이 ‘학습효과’로 작용한 것도 구제역 확산 저지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작년부터 방역작업을 철저히 한 것은 물론 농가나 방역당국 등이 초기에 비교적 신속히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구제역 감염경로가 사람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번 구제역의 ‘조기 진화’ 전망을 뒷받침한다. 정확한 감염경로 파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람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꼽히고 있는 것은 2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돼지는 방목을 하는 소와 달리 밀폐된 축사생활을 하므로 황사 등에 의한 오염보다는 사람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다”(김옥경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는 것.

또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 안성 농장과 돼지콜레라가 발생한 강원 철원 농장 주변에 공통적으로 중국 등 외국 출신 근로자들이 고용돼 있어 이들에 의한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공기 중의 바이러스가 황사나 바람을 타고 온 것이 아니라면 한정된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구제역은 황사나 사람뿐만 아니라 감염경로가 워낙 다양한 데다 바이러스 생존 기간도 최고 수백일이나 되기 때문이다.

한편 돼지콜레라와 구제역 발생으로 백화점과 할인점의 돼지고기 판매는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3, 4일 이틀간 8개 점포를 기준, 돼지고기 매출이 5420만원으로 작년 5월 첫주의 같은 요일에 비해 약 15% 줄었다. 반면 한우와 수입쇠고기 매출은 각각 10%, 80%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매장에 별도로 표시하고, 닭고기와 쇠고기의 물량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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