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기준총장 전격사퇴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30분


기업의 사외이사 겸임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서울대 이기준(李基俊 사진)총장이 6월 중순 사퇴하기로 한 당초 방침을 바꿔 2일 교육인적자원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총장은 이날 “학교의 발전을 위해 총장직을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이 총장이 교수들의 요구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조기 사퇴 요구가 거세 6월 중순경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결국 이날 전격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회장 이애주·李愛珠) 측은 “이 총장이 용단을 내렸다”며 “앞으로 일련의 사태들이 잘 수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사퇴로 후임 총장이 선출되기까지 이현구(李鉉求) 부총장이 총장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학교 측은 총장후보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후보 대상자를 5명 이내로 지명한 뒤 전체 교수 투표에 부쳐 2명의 총장후보를 선출, 교육부에 추천을 요청하게 된다.

총장 선출은 이 총장의 사표가 수리된 후 6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6월 중순이면 신임 총장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후임 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전현직 학장 출신 교수 등 10여명이다. 취임 이후 독단적으로 학교를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총장은 3월 18일 사외이사 겸임문제가 불거진 것을 비롯해 판공비 과다 사용, 연구비 미신고 등 각종 문제로 물의를 빚으면서 교수와 학생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 왔다. 이 총장은 지난달 24, 25일 서울대 민교협과 교수협의회(회장 신용하·愼鏞厦)로부터 공개 해명을 요구받고 26일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해명이 미흡하다는 비난을 샀다. 이에 이 총장은 6월 중순경 조기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교수들의 강력한 항의가 계속되자 2일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교육공무원법상 대학 총장은 임기를 끝내면 교수직으로 자동 복직되지만 중도에 그만둘 경우엔 규정이 없어 이 총장의 교수직 복귀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편 4대 직선 총장으로 뽑힌 이 총장이 임기를 7개월여 앞두고 조기 사퇴함에 따라 91년부터 직선제로 뽑힌 서울대 총장 모두가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는 셈이 됐다. 김종운(金鐘云) 총장은 정년퇴임으로, 이수성(李壽成) 총장은 국무총리로 임명돼 학교를 떠났고 선우중호(鮮于仲皓) 총장은 자녀의 고액 과외 사건으로 조기 사퇴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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