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홍업-아태재단 ‘검은 돈줄’ 추적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07분


검찰이 다음주에 소환되는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동창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에 대한 조사를 앞두고 김성환씨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괴자금’의 실체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착수 25일 만에 김성환씨가 개설한 차명계좌가 40개나 되고 이들 계좌에 입금된 자금이 200억원대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빙산의 일각’이기는 하지만 그중 10억원가량에 대해서는 자금 흐름도 밝혀냈다. 여기에는 피자업체인 M사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입금된 1억7000만원, 아파트 건설과 관련해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임정엽(林呈燁)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 행정관과의 5억원대 자금 거래, 군부대 공사 청탁을 한 S사 이모 사장에게서 받은 1억여원 등이 포함돼 있다.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5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김성환씨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자금 가운데 10억원은 입금 경위와 사용처가 의심스럽고 계좌의 실제 주인이 제3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이 지목한 10억원 외에 8억원가량이 추가로 범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 중 8억원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세탁됐으며 일부는 사기 횡령 등 김성환씨 개인 비리에 연관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

향후 검찰 수사는 이들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면서 ‘김성환-김홍업’ 연결고리를 밝혀내는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권력형 비리’의 핵심에 접근하는 길이기도 하다.

김성환-김홍업-아태재단 사이의 수십억원대 자금 거래는 이미 특검팀에 의해 포착됐으나 아태재단 측은 “김홍업 부이사장이 김성환씨의 돈을 빌렸다”며 모든 것을 대차(貸借)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10억원 이상의 자금을 거래하면서 차용증을 발행하지 않은 점,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을 김홍업씨에게 전달한 경위, 자금을 세탁한 경위 등은 여전히 의혹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또 김성환씨의 불법자금 모금 과정에서 김홍업씨의 직 간접적인 개입 여부도 검찰이 밝혀야 할 과제다.

일부에서는 김성환씨 소환 조사를 앞두고 검찰이 이미 김홍업씨의 비리를 구체적으로 파악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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