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80대 할머니 13억 동국대에 기증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07분


이름을 밝히지 않는 80대 할머니가 정기예금 10억원과 3억원 상당의 오피스텔 등 전 재산을 동국대에 기증했다.

24일 동국대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23일 유언 집행대리인과 함께 송석구(宋錫球) 총장을 찾아와 13억원 상당의 재산을 기증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유언공정증서’를 전달했다.

이 할머니는 “불교학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교수와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죽기 전까지는 절대로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고 학교측은 밝혔다.

동국대는 “이 할머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로 6·25전쟁 당시 홀로 월남해 부산에서 포목상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을 내놓았으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전했다.

이 할머니는 이달 초 ‘장학금을 좀 내고 싶다’며 학교측에 전화를 걸었으며 구내 법당인 정각원과 대각전 등을 참배한 뒤 학생과 스님들의 수업 장면을 보고 기부금을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

송 총장은 “불자들이 사찰 등의 불사를 위해 시주금을 내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불교학 발전을 위해 거액을 희사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할머니의 법명을 딴 기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학교측은 또 기부자 예우 규정에 따라 이 할머니에 대해 부속병원을 통한 각종 진료는 물론, 사후 장례 및 49재까지 지내는 등 예우를 해주기로 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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