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콘웨이교수, 절도혐의 학생 선처 호소

  • 입력 2002년 3월 6일 16시 04분


한 외국인 교수가 절도 혐의를 받고있는 한국 소년을 위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한국외국어대 쉴라 콘웨이 교수(50·여·영어과)는 최근 절도 혐의로 구속돼 1심 공판을 받고있는 정모군(17)을 선처해 달라며 서울지법 북부지원에 탄원서를 냈다.

콘웨이 교수는 탄원서에서 “정군이 감옥에 간다면 냉혈적인 범죄자가 되어 나올 수도 있어 두렵다” 며 “처벌보다 재활에 중점을 둔 정신적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 고 호소했다.

지난해 2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가복지병원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하며 암투병중인 정군의 어머니 정모씨(41)를 알게된 콘웨이 교수는 정씨 모자의 딱한 사정을 듣고 모금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콘웨이 교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정씨는 두 달여 뒤 암으로 사망했다. 이로 인해 정군은 서울 성북구의 한 컴퓨터 수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정군의 남동생(12)은 서울 시내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취업에 나선 정군은 지난해 말 가게 주인 몰래 컴퓨터 부품을 훔쳐 판 혐의로 구속됐다.

정군은 훔친 부품 수량에 대한 가게 주인과의 진술 차이로 두 차례 법정에 섰으며 15일 서울지법 북부지원에서 속행 공판이 열린다.

콘웨이 교수는 6일 “정군의 딱한 사정을 알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며 “법대로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라고 말했다.

98년부터 외대 영어과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배우는 사람의 사회적인 의무” 라며 “세상이 점점 더 경쟁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잊혀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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