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환검사 '自省의 글'…"검찰권은 권한 아닌 의무"

  • 입력 2002년 3월 1일 17시 31분


“지금은 검찰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지난달 27일 사표를 제출한 성윤환(成允煥·사시 23회) 대구고검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권 행사에 대한 자성(自省)의 글을 띄웠다.

성 검사는 ‘검찰을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검찰권은 권한이 아니라 국민이 검찰에 부여한 신성한 의무”라며 “검찰권을 단순히 검찰의 권한이라고 생각하면 국민 위에 군림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은 올바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범죄자 처벌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며 질서를 유지하라는 의무를 검찰에 부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검사는 또 ‘검란(檢亂)’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반 형사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며 일부 정치적인 사건을 처리하면서 권력의 눈치를 보고 타협한 것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반성했다.

그는 “당사자의 간절한 호소를 일방적인 주장이라거나 사건이 폭주한다는 핑계로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시간이 없다는 구실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검사는 주요 사건을 처리할 때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검찰 내 상명하복식 풍토부터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는 최고 책임자 외에는 의견이 없거나 그의 의견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라며 “최고 책임자의 외로운 결단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위원회 등을 만들어 그곳에서 사건을 검토하고 처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검사는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을 지냈으며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달 9일 대구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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