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구리까지 지하철 8호선 연장을"

  • 입력 2002년 2월 28일 18시 47분


“‘교통지옥’을 해소하려면 지하철 8호선을 연장해야 합니다.”

경기 구리시 주민들이 지하철 8호선(성남시 모란역∼서울 강동구 암사역)을 구리지역까지 연장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구리시 주민들은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광역교통망 계획’에 8호선 구리연장 계획이 포함되자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 사업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광역교통망 계획은 장기적인 수도권 교통대책을 제시한 것으로 건교부가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의미일 뿐 사업의 시행주체와 비용부담, 추진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한편 8호선 종착지인 강동구 주민들은 구리 연장에 앞서 지역 내 교통난 지구로 노선을 더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리 주민 요구〓구리 주민들은 지역 인구는 20만에 불과하지만 서울로 향하는 의정부, 포천, 남양주, 가평 등지의 차량들이 거쳐가기 때문에 구리시내 모든 도로가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하철을 우선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월 결성된 ‘지하철 8호선 구리시 유치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조사 결과 서울로 향하는 아차산길의 경우 통행차량 중 구리 이외 지역의 차량이 7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당수 시군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만큼 8호선을 연장하고 예산도 국가와 광역자치단체에서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또 구리가 위치한 경기 동부지역을 제외하고 도내 서남북 지역은 계속 전철 노선이 확장되고 있어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8호선 구리 연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영순 구리시장은 “교통난 해소를 위해 8호선을 연장하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시예산 투입의 제1과제로 정해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치단체 이견〓광역철도로 건설되면 국비가 75%까지 지원되고 나머지 예산의 상당 부분도 광역자치단체가 부담하게 되므로 구리시는 연장구간이 광역철도로 지정되도록 경기도가 적극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현재 5개 광역전철을 건설 중인 경기도는 2008년까지 약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할 처지라 8호선 구리 연장구간에는 예산을 들일 여력이 없는 상태.

또 예상되는 연장구간 7.1㎞ 중 서울 구간은 2.5㎞이고 구리 구간은 4.6㎞여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서울시보다는 경기도나 구리시가 부담해야 할 예산이 더 많아 공사비 배분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교통난에 시달리는 구리와 강동구 주민들의 연장 요구가 벌써부터 거세지만 자치단체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업이 본격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 간 갈등 우려〓강동구 주민들도 지역 교통난 해소를 위해 8호선이 일단 지역 내에서 연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역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지난달 고건(高建) 서울시장과 건교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 같은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강동구 주민들은 지역 내에서 선사주거지와 양지종합시장 등 두 방면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방면 중 선사주거지 방향은 구리로 향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으나 이곳까지만 연장되거나 양지시장쪽으로만 연장될 경우 강동구 주민들과 구리 주민들 간에 갈등이 빚어질 우려가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구리〓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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