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이승권씨…학사모 영광 어머니께

  • 입력 2002년 2월 22일 18시 00분


시각장애인이 4년을 하루같이 자식의 ‘눈’이 되어준 모정(母情)에 힘입어 영예의 학사모를 썼다.

화제의 주인공은 22일 단국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이승권(李勝權·30)씨. 이씨가 학업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경기 하남시 집에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국대까지 대중교통을 여섯 번이나 갈아타며 그를 통학시킨 어머니 주영숙(朱榮淑·58)씨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녹내장에 걸려 시력을 잃은 그는 서울맹학교를 졸업한 뒤 6년간 안마사로 일하다가 1998년 스물여섯의 늦은 나이에 단국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 4년 동안 수업 내용을 일일이 녹음하고 대학 동기들이나 시각장애인 복지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교재를 점자책으로 만들어 공부했다. 그가 만든 녹음테이프만도 수천개에 달한다.

그는 주위의 도움과 격려에 힘입어 전공인 특수교육학 외에도 역사학을 부전공으로 이수해 2개의 졸업장을 받았다.

이씨는 주위로부터 받은 사랑을 장애를 겪는 후배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맹학교 교사 임용을 준비 중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대학원에도 진학할 계획.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눈’이 돼주신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졸업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 시각장애인이 가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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