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형제 독약먹고 사망…타살가능성도

  • 입력 2002년 2월 22일 13시 30분


초등학생 형제가 독극물을 마시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 경찰이 자살 또는 타살여부를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22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후 4시50분경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은빛마을 5단지 이모씨(40)의 아파트 작은 방에서 11살(초등 4년), 8살(초등 1년)된 이씨의 두 아들이 입에서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외출후 귀가한 어머니 김모씨(39)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 형제는 독극물이 들어있는 구강청결제를 마신 것으로 추정되며 경찰은 현장에서 빈 플라스틱병 두 개를 수거해 정밀 감식중이다. 이들이 마신 독극물은 맹독성 화공약품으로 시중에서 구입하려 해도 구입량과 신원을 기록해야 하는 등 구입이 매우 어려운 독극물이어서 어린이들이 손에 넣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명벤처기업 대표인 아버지 이씨를 비롯한 가족중에는 평소 이 독극물을 다루는 사람이 없어 경찰은 어떻게 독극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됐는지에 대해 아파트 폐쇄회로 TV화면 등을 토대로 수사중이다.

어머니 김씨는 경찰에서 “공부 잘하고 명랑하던 우리 아이들이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고 원한 살 일도 없었다” 며 “내가 귀가하기 직전에도 통화를 했었다” 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이군의 컴퓨터 화면에 ‘귀신은 할 수 없다’ 는 글귀가 떠있던 것을 확인하고 유해사이트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했으나 별다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일기나 낙서 등에도 죽음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문제의 독극물을 마실 경우 즉각 반응이 일어나 강제로 먹일 경우 기도를 넘어가지 않지만 부검 결과 숨진 이들 형제의 위에서 독극물이 발견됐고 반항한 흔적이나 외부침입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일단 형제가 독극물이 든 줄 모르고 마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경찰은 이들 형제가 독극물을 마시도록 누군가가 유도했거나 살해 목적으로 구강청결제에 독극물을 몰래 타 두었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는 등 타살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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