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부동산]아파트촌 변신중인 '추억의 달동네'

  • 입력 2002년 2월 21일 21시 42분


연극 '아버지의 침묵'(연출 윤조병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은 인천의 대표적인 달동네 수도국산 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정치권력에 의해 실어증 환자가 된 주인공과 그 가정을 중심으로 달동네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심도있게 묘사한 이 작품은 90년 제 8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로부터 12년 후 수도국산(인천 동구 송현1∼3동, 송림1동 일대). 가파른 비탈길에 촘촘히 붙어 있는 허름한 슬라브 벽돌집, 판자와 함석으로 덧씌워진 낡은 집들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전국 최대 규모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이 진행되면서 낡은 집이 철거되고 내년에 입주할 20층 높이의 아파트 숲이 달동네 수도국산의 모습을 바꿔 놓고 있다.

▽수도국산의 과거=수도국산이란 명칭의 어원은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들이 인천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서울 노량진 수원지와 연결하는 상수도 공사를 벌인 뒤 1909년 이 일대 산꼭대기의 배수지에 수돗물을 담아두면서부터 수도국산이란 말이 쓰이게 됐다.

6.25 전쟁이 터지자 이곳에는 이북에서 내려 온 피난민이 대거 몰렸다. 80년대초부터는 실향민의 숫자가 급격히 줄고 호남·충청지역 사람들이 뿌리를 내렸다. 5만5000여평의 산 비탈에 무려 3000가구의 낡은 집이 다닥다닥 들어서 인천의 대표적인 달동네를 형성했다.

송현 2동 신화식(69) 노인회장은 "예전의 이 곳은 폭 1m 정도에 불과한 좁은 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손수레조차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며 아파트가 완공되면 잠시 동네를 떠났던 이웃들이 다시 돌아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달라지나=89년 4월 도시 저소득 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이 시행되면서 이곳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됐다. 98년 12월부터 27개동 2711가구의 아파트와 2만2000여평 규모의 공원 조성 공사가 시작돼 내년 3월말 마무리된다.

이 곳은 동인천역사 및 백화점, 재래시장이 도로로 5분거리에 있어 인천 구도심권의 주거지로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통난 해소를 위한 터널도 개통된다. 야산이 위치한 동구 송림 1동사무소∼동국제강의 410m 구간은 쌍굴식 터널로 만들어져 내년 3월 개통할 예정이다. 중구 신흥동∼동구 동국제강 앞 1.8㎞(왕복 6차선)도로는 2011년 개통된다.

인근 수문통 지구는 6개동 740가구의 아파트가 내년 12월 입주를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