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요건 반박할 것" 이석희씨측 재판에 자신감

  • 입력 2002년 2월 20일 18시 12분


미국 도피 3년 8개월만에 19일 법정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은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건강해 보였다.

국내에서처럼 검은테 안경을 쓰고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연방지법 법정에 나타난 이씨는 한국기자들이 다가가자 웃음을 띠며 맞잡은 두 손을 치켜드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이씨는 인정심리에서 조지프 스코빌 판사가 ‘숙희 리’라고 이름을 부르자 “석희 리로 발음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씨에 대한 체포와 구금이 정당한가를 따진 이날 심리에서 스코빌 판사는 △이씨가 수뢰 등의 혐의로 한국 정부의 수배를 받는 인물과 동일인이고 △해당 범죄가 실제로 행해졌고 이를 이씨가 저질렀으며 △이 범죄가 한미간 범죄인 인도조약에 해당하는 등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이씨가 한국에 송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5분만에 간단히 끝난 심리 직후 변호인측은 “판사가 밝힌 세 가지 요건 중 두 가지에 대해 반박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씨의 형 명희씨(의사·뉴욕거주)는 “동생은 그동안 센트럴 미시간대 방문연구원(visiting scholor)으로 있으면서 사진과 도자기 등을 연구하는 등 문화활동을 했으며 도피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접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밝힐 수 없다”면서 “세풍사건은 (정부가)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측은 “이씨가 최근 미시간주 이스트 랜싱(오키모스)에 ‘스티브 리’라는 가명으로 살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관 4명이 아파트를 덮쳤다”고 밝혔다.

그랜드래피즈(미 미시간주)〓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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