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씨 美서 체포…대선자금 불법모금 혐의

  • 입력 2002년 2월 16일 18시 02분


9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한 혐의로 수배된 이석희(李碩熙·사진) 전 국세청 차장이 도피 중이던 미국에서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에게 체포됐다고 법무부가 16일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씨가 15일 오후 3시(한국시간 16일 오전 6시)경 FBI 수사관 4명에 의해 미시간주 오크모스에서 체포돼 구금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한국 검찰에 신병이 인도될 예정이며 검찰은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이른바 ‘세풍(稅風)’ 사건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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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97년 대선 직전 서상목(徐相穆) 전 한나라당 의원,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이회성(李會晟)씨 등과 공모해 24개 대기업에서 한나라당 대선자금 166억여원을 불법모금하고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중지됐으며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98년 8월22일 미국으로 도피했다.

검찰은 2000년 2월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근거해 이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미국 정부에 신병 인도를 요청해둔 상태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씨의 신병이 신속하게 인도될 수 있도록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수사당국에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인 인도는 미국 법원의 재판과 국무부의 승인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체포 후 5개월 정도 걸린다”며 “이 절차를 2, 3개월로 단축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씨가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검거됐다면 정식 범죄인 인도 절차가 아니라 강제 추방 형식으로 조기 송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FBI 수사관 4명은 이씨가 지난해 말부터 오크모스에 친척 이름으로 임대주택을 빌려 은신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체포영장을 제시한 뒤 이씨를 검거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이씨는 그동안 재미교포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피해 한적한 중소 도시만을 골라 임대주택과 모텔 등에서 은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가족과 친지들이 가끔 미국에 들러 이씨를 만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 현지 수사관들이 이씨 가족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씨의 얼굴사진까지 들고 다니며 검거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FBI 수사관들은 지난해 6월 미국 서부 중소도시에 이씨가 은신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을 덮쳤으나 이씨가 검거 직전 달아나 신병 확보에 실패했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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