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죽은 상가' 반년…소상인 꿈 와르르

  • 입력 2002년 2월 14일 21시 57분


“20년 노점상 생활로 어렵게 한 푼 두 푼 모은 돈에다 빚까지 내서 마련한 점포인데….”

신영철씨(51·인천 연수구 선학동)는 요즘 1평 남짓한 자신의 점포가 있는 엡스(F’s)201 부평점(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205의 2)만 쳐다보면 터져 나오는 한숨을 억누를 수가 없다.

‘더 이상 노점상을 하면서 단속반에 쫓기는 게 싫다’는 생각에서 2000만원 가까운 빚까지 얻어 이 건물 4층에 점포를 분양받은 것이 2000년 10월.

분양가 2300만원에 각종 홍보비 명목으로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냈지만 ‘젊은 층을 겨냥한 전문 패션몰’이라는 상가는 1년도 안돼 문을 닫고 말았다.

이 때문에 투자원금을 되찾기는 고사하고 매달 10만원이 넘는 은행이자를 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 건물에 점포를 임대한 홍모씨(32·여·인천 연수구 연수동)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요즘들어 우울증까지 생겼다. 직장생활 5년간의 퇴직금에다 남편이 대출받은 돈까지 3000만원을 투자해 장사에 나섰지만 투자금의 절반 가량을 고스란히 날려 버렸다.

이처럼 엡스201 부평점에 희망을 안고 뛰어 들었다가 피해를 본 사람은 임차인 600여명과 점포주 900여명.

점포주 대부분이 빚을 안고 점포를 분양받았기 때문에 몇 개월째 장사도 못하면서 은행이자는 은행이자대로 물어야 하는 처지고 임차인은 보증금도 돌려 받지 못하고 묶여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 ‘매출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상가관리 위탁회사가 관리비만 챙기고 전기료를 체납해 상가 전체의 전기가 끊기는 등 갖가지 문제가 따르자 상가 전체가 저절로 철시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후 점포주나 임차인들은 뾰족한 대책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점포주 가운데 일부는 최근 분양업자 정모씨(41)를 상대로 사기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홍보개발비 명목으로 점포당 1000만∼1300만원씩 걷은 150억원의 행방이 불분명한 만큼 이를 받아내 상가 활성화 비용으로 쓰겠다는 것.

특히 이들은 상가를 분양한 회사가 부평점 개장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 주안에 같은 이름의 상가를 신축하다 부도가 난 만큼 개발비를 신축비용으로 전용한 의혹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씨가 잠적해 버려 소송이 진행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150억원을 회수한다는 것도 불확실한 상태.

이 때문에 상가 철시 후 발족한 지주(점포주)관리단은 ‘선 활성화 후 소송’ 방침 아래 상가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점포주들간의 의견통일이 되지 않고 상호 불신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답답한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지만 관할 구청도 상가 리모델링을 위한 컨설팅 업체 선정을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구청측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가를 되살려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행정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엡스201 부평점은 현재 본래 점포주들이 아닌 속칭 ‘땡치기’ 업자들이 1층부터 4층까지 한시적으로 1000원 이하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

건물 자체가 죽어버리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에 점포주들이 땡치기 업자들을 불러 상가의 명맥만이라도 어떻게든 유지해보겠다는 의도다.

한 점포주는 “현재로서는 검찰이 하루 속히 분양업자를 찾아내 150억원의 행방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며 “그 뒤에야 상호 불신에 쌓여 있는 점포주간의 신뢰도 회복되어 상가 활성화의 길을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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