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 봉수산 산불감시탑서 일하는 김태기씨

  • 입력 2002년 2월 7일 19시 04분


“오목조목 생긴 이 아름다운 산에 불이 난다고 생각해보세요. 내 가슴도 터집니다.”

22년째 경북 영덕군 축산면 봉수산(해발 278m) 산불감시탑에서 일하고 있는 김태기(金泰基·55)씨. 산불위험 경보기간인 요즘 김씨는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아침에 집을 나서 산 꼭대기에 오르면 종일 망원경과 무전기를 손에 들고 영덕 일대를 내려다본다.

그가 산불감시원으로 나선 것은 1979년 11월 경북에서 처음으로 영덕 봉수산에 산불감시탑이 세워지면서부터. 영덕군의 일용직 직원으로 채용돼 이 때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산불감시를 하고 있다.

“70년대와 80년대에는 하루에 서너건씩 여기저기 산불이 났습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었어요. 요즘은 산불예방 홍보가 그나마 잘돼 다행이지만 산불이라는 게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니 감시를 소홀히 할 수 없지요.”

20년 넘게 산불을 감시하다보니 지금은 연기만 봐도 산불인지 쓰레기를 태우는 불인지 멀리서도 구별할 수 있다.

“요즘 산불은 노인들이 논밭에서 농사 쓰레기나 두렁을 태우다 산으로 옮겨붙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일일이 예방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을 빨리 발견해 초기에 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산불을 발견했을 때 무전이나 전화로 신속하게 군청으로 연락하는게 김씨의 임무. 명절이나 일요일에도 감시탑에 오른다. 유일한 휴일은 비오는 날. 그래도 산을 지키고 산 덕분에 건강한 생활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고 한다.

영덕〓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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