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예천서도 민간인 학살"…유족회, 미8군 문서공개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55분


6·25 전쟁 당시 경북 예천군 보문면 산성리에 미군이 폭격을 가해 주민 34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미군 문서가 공개됐다.

‘6·25 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미8군 문서(1951년 3월1일 작성)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미군은 51년 1월1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 사이에 산성리에 공습을 가해 주민 34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부상하는 등 모두 136명이 사상 또는 실종됐으며 가옥 69채가 파손되거나 불에 탔다.

군사고문단 사령부의 프레데릭 G 뎀시 대위가 주한 미 군사고문단장에게 보낸 이 문서는 “한국군 2사단이 현장을 조사했지만 적군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문서는 이어 “북한군이 산성리 일대 지역을 보급과 숙박지로 이용했으며 현장에서 군용 기름과 탄약 등이 발견됐고 폭격 전에 주민에게 소개 명령을 내렸다”며 “폭격은 정당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유족회는 “당시 산성리에서 약 8㎞ 떨어진 안동시 북후면 신전리에 500여명의 북한군 1개 연대가 머물었고 신전리 주민들은 모두 소개됐었다”며 “한창 타작을 하던 산성리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폭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북도의회는 2000년 1월19일부터 사흘간 산성리 현장조사를 벌여 “당시 사망한 주민은 모두 50명이며 미군이 신전리에 주둔하던 인민군을 토벌하려다 지형이 비슷한 산성리를 오인해 폭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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