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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2월 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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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ETS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는 4일 “한국에서의 문제 유출이 심각해 두 시험에 대해 ‘한 응시자에 평생 5회’라는 응시제한을 두게 됐다”고 밝혔다.
GMAT는 올 1월 1일부터 이미 응시 횟수 제한조치가 시작됐고 GRE는 7월경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런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서의 문제 유출이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취해진 것으로 응시 횟수 제한에 따라 올해부터 응시자들은 평생 5회밖에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돼 반발을 사고 있다. 한미교육위원단에 따르면 국내에서의 문제 유출은 시험이 컴퓨터시험(CBT)으로 바뀌어 문제 출제방식이 달라지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말 이전에는 종이시험(PBT) 방식이라 한 달에 한 번밖에 시험을 치지 않았으나 컴퓨터시험 방식으로 바뀌어 매일 시험을 치르면서 월 초에 문제풀을 만들어 여기에서 매일 문제를 뽑아 치르는 바람에 문제 유출이 가능하다는 것.
어학 학원들은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고용해 월초에 집중적으로 시험을 치르게 해 외워온 문제들을 중심으로 학원생들을 가르쳐 월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도록 유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응시자들은 기억한 문제들을 속칭 ‘후기(後記)’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는 “심지어 응시자들이 캠코더를 갖고 시험장에 들어와 문제를 녹화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험을 볼 때는 기억한 문제라도 유출시키지 않는다고 서명하지만 한국에서 유독 이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응시자와 학원들은 응시제한조치는 문제 보안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들의 잘못을 응시자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A영어학원 관계자는 “문제 보안은 주관사의 몫인데도 불구하고 특별한 방법이 없자 응시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응시 횟수 제한을 취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GMAT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씨(28)는 “횟수 제한이 생겨 응시에 더 신중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문제 유출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며 “벌써부터 영문 이름 표기를 달리 해 횟수 제한을 피하려는 학생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