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씨 영장심사서 엉뚱한 해명 "전세금 마련하려 땅 팔아"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27분


1일 오전 10시 서울지법 2층 형사법정 출입구.

법정으로 올라가는 출입구 앞에 늘어선 취재진 앞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굳은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은색 수갑을 찬 채 2명의 특별검사팀 수사관에게 이끌려 가던 이씨는 “계좌에서 발견된 거액의 뭉칫돈은 무엇이냐” “이용호(李容湖)씨에게 판 땅의 등기서류를 변조했느냐”는 등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아무 대답도 없이 영장심사를 받을 319호 법정으로 들어갔다.

20분쯤 지나자 이상수(李相樹) 김원중(金元中) 특검보가 법정에 들어섰다.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를 구속시켰던 특검팀이지만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법원의 심판을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전 10시30분경 영장전담 이제호(李齊浩) 판사가 법정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현 정권 들어 대통령 친인척으로는 처음으로 법정에 선 이씨의 혐의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먼저 이상수 특검보가 또박또박한 말투로 이씨가 보물 발굴사업을 주도하고 이용호씨를 위해 조흥은행 등에 로비를 벌인 사실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씨의 변호인측은 “특검팀이 적용한 범죄 혐의는 특검 수사 범위에서 벗어나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이용호씨에게 땅을 판 것은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형택씨 계좌를 보니 땅을 안 팔아도 될 것 같던데요”라는 이상수 특검보의 질문에는 “그건 아들 아파트 살 돈이어서…”라며 얼버무렸다.

이씨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용호씨를 ‘괜찮은 사람’이라며 위성복(魏聖復) 조흥은행장에게 소개시켜 준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물음에도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1시간이 넘게 계속된 영장심사가 끝날 무렵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이씨는 “어쨌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대답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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