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명의로 예금했어도 약정있으면 실명제 예외"

  • 입력 2002년 1월 27일 18시 48분


실제 돈 주인이 다른 사람 명의로 예금을 했더라도 금융기관과의 사전 약정이 있었다면 금융실명제의 예외로 인정해 돈 주인을 예금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부(이우근·李宇根 부장판사)는 11일 이모씨가 “가족 등의 명의로 예금한 돈과 이자를 합쳐 5억원을 지급해 달라”며 모 새마을금고를 상대로 낸 예금자가입 확인 청구소송에서 1심대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계좌 인감란에 명의인이 아닌 이씨의 인감이 찍혀 있고 금고가 이씨에게 예금지급을 약속하는 증서를 써줬으므로 돈 주인과 금융기관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금고는 실제 돈 주인인 이씨에게 예금액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98년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개설한 예금계좌는 실제 돈을 예금한 사람이 따로 있더라도 실명확인을 거친 예금명의자만을 예금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씨는 97∼99년 사돈뻘인 이 금고 관리부장 이모씨를 시켜 가족, 금고 직원 등의 명의로 4억1000만원을 예금했으나 이 부장이 돈을 모두 빼내 달아난 뒤 금고측에서 자신의 인출 요구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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