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공주시 동곡요양원 장애인들 문집 발간

  • 입력 2002년 1월 16일 23시 24분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동곡요양원에 요양중인 안형근씨(39)와 김상규씨(37)는 최근 문집 ‘하얀 바람이 네게 말을 걸어오면’을 펴냈다.

김씨는 ‘장애인 운동회’라는 시에서 ‘앉은뱅이 다리가 찌뿌드드하게 떨린다. 휄체어에 몸을 의지하고서 둥글게 자국 새기며 운동장을 숨차게 달린다’며 장애의 고통을 호소했다.

안씨는 ‘봄에는 따스한 햇살속에서, 온갖 꽃들이 제 빛깔을 뽐내며 다투어 만발하는 곳.우리 동곡요양원’이라며 자신의 삶의 공간을 노래하고 있다.

244쪽으로 된 이 책에는 시와 수필 99편이 수록돼 있다.

20년전에 이곳에 온 이들이 작품활동에 나서게 된 것은 3년전 함께 생활하는 박윤복씨(43·여)와 함께 원내 문학동아리인 ‘서풍’(徐風)을 만들면서.

의사소통조차 어려워 어지간한 대화는 표정으로 하고 문학에 대해 토론할 때에는 글자판을 앞에 놓고 손으로 가리키며 한다.

낮에는 명상으로 밤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외로움과 사회에 대한 그리움,그리고 부모님과 사랑이야기 등을 소재로 한 시와 수필을 디스켓에 담아 왔다.

시 한 편을 직접 컴퓨터에 수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주일. 이들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은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은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안씨는 지난해 장애인 문화예술마당 백일장 시부문에서 금상을 ,김씨 역시 수레바퀴 문학상(1998) 시부문에서 우수작을 받을 정도. 마비정도가 가장 심한 박씨는 조만간 개인시집을 낼 예정으로 후원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문집 발간에는 자원봉사하러 온 대전 배재대 학생과 교수들의 도움이 컸다.

안씨는 “식사는 물론 배변 이동 의사표현조차 어려운 동곡요양원 식구 104명이 신체만 장애일 뿐 지능과 정신은 장애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041-857-7121

공주〓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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