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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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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리 낙화담 저수지 옆 경부고속철도 1단계 공사 끝지점. 김천에서 동쪽으로 나아가던 고속철로는 이곳에서 기존선 철로와 이어지는 대구와 고속철도가 신설되는 경주 두 갈래로 갈라진다.
현장은 기존선과의 연결철로를 놓기 위한 장터고가 및 이언고가 설치 작업을 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고속철도가 놓이면 사라지게 되는 명봉산 자락 구릉에서 신라시대의 고분 발굴작업이 한창이었다.
북쪽으로 한참 올라와 경북과 충북의 경계인 황악산을 관통하는 황악터널. 경부고속철도 1단계 구간중 가장 긴 9975m에 달하는 이 터널은 자동차로 지나는데만 10분 이상이 걸렸다. 아직 조명도 되지 않는 내부에서도 공사는 진행되고 있었다. 추풍령 북쪽 약 20㎞ 지점에 뚫리는 이 터널 덕분에 자동차로 추풍령을 넘으면 30분 이상 걸리던 소백산 줄기를 고속철도는 2분여만에 지날 수 있다. 이 터널은 2단계 구간이 완공되면 금정터널(1만8513m)에 최장터널의 자리를 내주게 된다.
다시 서울쪽으로 올라오다 보면 충남 천안시 풍세면과 연기군 소정면을 잇는 풍세교가 나온다. 경부고속철 구간 143개 다리 중 가장 길어 6844m에 달한다. 풍세교를 지나 아산시 음봉면과 평택시 고덕면을 잇는 평택고가(6297m)까지는 완만한 곡선에 시야가 확 틔여 있었다. 고속철의 속도감과 주변 경치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서울∼부산간 412㎞를 광속(光速)으로 잇는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은 말 그대로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役事)’. 공사비만 18조 4300여억원이 투입된다. 고속철의 평균시속은 230㎞(기존철도 약 100㎞), 최고 300㎞까지 나온다. 서울과 부산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좁아지며 한국은 일본 독일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를 가진 나라가 된다.
▽개통, 시간만 남았다〓서울∼대구간 1단계 구간의 터닦이 공사는 올해 안에, 철로 궤도 설치는 2003년 6월 끝난다. 대구∼경주∼부산을 잇는 2단계 공사도 내년 6월 시작한다. ‘국산1호 고속철도 차량’(창원 철도차량㈜)도 제작을 마치고 내년 1월 시험주행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을 받고 있다.

충남 아산시 음봉면에서 충북 청원군 현도면 57.2㎞구간에는 프랑스에서 도입된 12편의 차량이 99년 12월부터 ‘4만㎞ 시험운행’에 들어가 지금까지 1만8700여명이 시승했다.
서울역과 함께 고속철도 출발역으로 수도권 남부 발전의 기폭제가 될 광명역사는 터파기 및 골조 공사가 끝나 형체를 드러내고 있으며 2003년 7월 완공 예정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다리와 터널〓고속철도 전체 구간 중 맨 땅을 돋우거나 구릉을 깎아 철로를 까는 곳은 총연장의 27%인 112㎞에 불과하고 나머지 73% 구간은 다리(143개·109㎞)와 터널(84개·191㎞)이다.
산악지형이 많고 국토의 굴곡이 심해서만은 아니다. 노선을 곧게 펴고 수평을 맞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경부선 철도의 최소 반경이 600m인데 반해 고속철도는 7000m로 10배가 넘는다. 경사도는 2.5‰(1000m 길이에 높이 2.5m) 이하, 차량의 상하 진동은 2㎜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고속철 구간에는 유난히 긴 터널이 많고 고가도 많다.
▽왜 혁명인가〓수송능력은 하루 약 52만명. 경부선 복선철도(약 27만5000명)와 왕복 4차로 경부고속도로(약 25만명)의 수송능력을 합친 것에 맞먹는다. 고속철이 운행되면 승용차는 하루 3만3000대, 버스는 8000대의 운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은 추정한다.
여객이 고속철도로 흡수돼 기존 철도와 도로는 물류량이 늘어나고 속도가 빨라져 한해 130조원의 물류비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10량 열차 한 편당 935명이 탑승하는 고속철의 전력 소모는 서울∼부산 구간 기준으로 1인당 약 1000원. 승용차에 5명이 탑승한 것을 기준으로 해도 자동차 연료비의 5∼10%에 불과하다.
충남 천안은 고속철로 서울역에서 34분 거리에 불과해 통학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도권 편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항공사는 일부 노선 운항을 중단하거나 줄일 예정이서 육상 항공교통의 수송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남은 과제〓대구와 대전의 도심 구간 지하화 여부가 가장 큰 과제다. 공단측은 지하에 고속철도 역을 둔 나라가 없고 화재 테러 침수 등 비상사태시 큰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광명역은 주변에 제2 경인고속도로 등이 지나지만 대중교통 연결이 아직 부족해 서울 등 수도권 주민들로부터 ‘외진 곳’ 취급받을 우려가 높다는 게 공단의 자체 분석이다. 천안역도 시내에서 4㎞ 가량 외곽에 역사만 덜렁 세워져 주변이 얼마나 개발될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도움말 주신분〓전재헌(대구건설사무소 소장)김문진(〃 품질안전부장)이종찬(〃 공사팀장)배용득(김천건설사무소 소장)한종석(〃 공사1팀장)최성권(〃 공사1팀 부장)권영재(중부건설사무소 시험부장)송택철(〃 토목팀장)임영록(서울건설사무소 토목팀장)조순형(〃 건축공사부장)최상영(차량제작관리사무소 팀장)김정배(한국철도차량㈜ 품질관리팀 부장)김선중(〃 생산관리팀 과장)김오경(동부건설 3공구 소장)김종돈(동부건설 광명역사 현장소장)강건인(울트라건설 2-1공구 소장)나준기(금호건설 1-2공구 소장)한현규(건설교통부 고속철도기획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