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辛검사’ 숙명?…신 전 차관 옷로비때 선후배 구속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15분


신광옥씨
서울지검 특수1부 홍만표(洪滿杓) 검사는 요즘처럼 ‘검사의 숙명’이 원망스러울 때가 없다.

홍 검사는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재수사가 시작된 지 한달째인 16일 휴일인데도 출근해 착잡한 심정으로 자료를 정리했다.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 차관의 검찰 출두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신 전 차관은 지난해 초까지 홍 검사가 청와대에 근무할 때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모신 직속 상사. 그런 신 전 차관을 상대로 홍 검사는 △로비자금을 받았는지 △사직동팀이 ‘진씨는 건실한 벤처기업가’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영향력을 미쳤는지 등을 추궁하는 ‘악역’을 맡게 됐다.

주변에서는 홍 검사에게 “고통스럽겠지만 개인적 인연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검사의 사명’”이라고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후배를 자기 손으로 구속해야 하는 상황은 신 전 차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99년 12월 ‘옷로비 특별검사’가 끝난 뒤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부 장관과 후배인 박주선(朴柱宣·민주당의원) 전 법무비서관을 ‘사직동팀 최초보고서 유출’ 혐의로 구속했다.

신 전 차관은 처음에는 ‘구속까지 해야 하느냐’는 입장이었다는 후문.

그러나 “검찰 가족이지만 두 사람을 구속하지 않고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실무 검사들의 의견을 마지 못해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전 차관은 박 전 비서관을 구속하고 2주일만에 차관급으로 격상된 민정수석으로 ‘영전’했다.

이번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김대웅(金大雄) 서울지검장은 신 전 차관의 광주일고 2년 후배이자 사법시험 1년 후배로 신 전 차관으로부터 중수부장 자리를 넘겨받았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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