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김 사건 진상 검찰도 알고 있었다"

  • 입력 2001년 12월 14일 20시 44분


‘수지 김 살해 은폐조작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씨의 남편 윤태식(尹泰植)씨가 “사건이 발생한 87년 당시 검찰도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었다”고법정에서진술해파문이예상된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용헌·金庸憲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윤씨는 변호인 반대신문을 통해 “87년 귀국 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검사 2명에게 아내가 숨진 경위에 대한 질문을 받고 2차례에 걸쳐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또 “수사 직후 검사들이 ‘과실치사에 불과하니 나라를 위해 침묵하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안기부 직원들에게서 전해 들었다”며 “안기부 직원들도 진실을 밝히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으며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납북미수극’으로 조작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당시 안기부 직원들이 검찰과 사건 처리에 관해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그러나 당시 자신을 수사했던 사람이 검사라는 것 이외에는 정확한 신분이나 이름, 인상착의 등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어 “94년까지 안기부 직원이 나를 감시하며 동향을 보고했고 호출하면 서울 시내 모 호텔로 불려나가야 했으며 구속 직전까지 국정원 직원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진술했다.

윤씨는 아내를 살해한 경위에 대해서는 “부부싸움을 하며 몸싸움을 벌이다 아내가 넘어지면서 어디엔가 부딪혀 숨졌다”며 “이후 조총련계 공작원들에 의해 숨진 것으로 꾸미기 위해 목을 졸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석홍(高錫洪) 담당검사는 “윤씨가 인상착의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검사 1명이라고 했다가 2명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당시 안기부 파견 검사 7명은 법률 자문만 해줬을 뿐 대공수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며 “검찰 공안부 지휘를 받은 검사가 수사하러 갔을 가능성은 있지만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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